등록 : 2019.01.25 20:53
수정 : 2019.01.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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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아프가니스탄 보안군이 정부 기관에 대한 테러를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 조직원들을 체포한 뒤 압수한 총기류 앞에 세우고 있다. 잘랄라바드/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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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과 협상에서 잠정 합의
아프간에서 테러단체 불허 조건
미군 철수 뒤 혼란 악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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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아프가니스탄 보안군이 정부 기관에 대한 테러를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 조직원들을 체포한 뒤 압수한 총기류 앞에 세우고 있다. 잘랄라바드/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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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슬람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으로부터 ‘자국 영토 내에 테러 단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1만4000명에 이르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전원 철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주둔 미군 2000명 철군 방침에 이은 조처로, 국익과 직접 관련 없는 국제분쟁에는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뉴욕 타임스>는 24일(현지시각) 아프간의 탈레반 관계자들과 서구 외교관들을 인용해 카타르 도하에서 21일 시작된 미국-탈레반 간의 협상 결과 미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하는 대가로 탈레반은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을 자국 영토 내에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신문은 “철수하는 미군 수와 철수 기간 등을 포함한 여러 세부사항이 정리돼야 한다”며 이런 합의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복수의 탈레반 당국자들도 “정식 성명이 나올 때까지 기달려 달라” “아직 최종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르면 25일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이와 별도로 일본 <아사히신문>도 25일 탈레반 간부를 인용해 미국이 23일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테러 조직의 활동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미국이 이르면 올 상반기에 1만4천여명에 이르는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를 끝내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알카에다에게 자국 내 활동 공간을 제공해온 아프간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그해 12월 탈레반을 수도 카불에서 몰아냈고, 2011년 5월엔 파키스탄에 숨어 있던 알카에다의 지도자 빈 라덴을 사살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탈레반 세력을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했다. 아프간 각지에서 탈레반이 끈질긴 저항을 이어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말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포기했고, 후임인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8월 울며 겨자먹기로 미군 3000명을 증파했다.
그러나 해외 주둔 미군을 줄여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이번엔 그보다 7배나 많은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둘러싼 최종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외신들은 우려의 뜻을 전했다. 현재 아프간 정부의 통치력이 미치는 곳이 전체 영토의 60%에 그치는데다 탈레반보다 군사력이 열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 철수라는 ‘힘의 공백’이 발생할 경우 아프간은 다시 한번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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