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1 16:54
수정 : 2019.01.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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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과가 발표된 지난 10일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샤에서 무장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킨샤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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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59년 만에 선거로 첫 정권교체
현 대통령-당선 후보 ‘선거거래’ 의혹
“선관위 발표와 자체 집계 수치 다르다”
가톨릭교회·주요 국가들도 이의 제기
선거 결과 불복하는 시위로 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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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과가 발표된 지난 10일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샤에서 무장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킨샤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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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한 콩코민주공화국(콩고민주공)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거세다. 22년간 세습 독재를 한 현 대통령과 당선된 야당 후보 간에 ‘선거 거래’ 의혹이 불거진 후 가톨릭교회와 주요 국가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선거 결과에 불복한 다른 야권 후보 지지자들이 폭력 시위를 벌이면서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콩고민주공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현지시각) 민주사회진보연합의 펠릭스 치세케디(55) 후보가 38.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다른 야당 후보인 마르탱 파율루(61)는 34.8%, 여권 후보인 에마뉘엘 라마자니 샤다리(57) 전 내무장관은 23.8%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콩고민주공의 대선은 총 21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치러졌다. 조셉 카빌라 현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명한 여권 후보 샤다리와 야권 후보인 치세케디, 파율루가 각축을 벌였다. 선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파율루 후보의 지지율이 47%로 치세케디 후보(24%)를 크게 앞서고 있었다.
대선 결과는 애초 지난 6일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더딘 개표 작업 등의 이유로 지연됐다. 일각에선 결과가 조작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정부는 허위 사실 유포를 우려해 국민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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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대선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야당의 펠릭스 치세케디(왼쪽 세번째) 후보가 지난달 30일 부인과 함께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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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야권은 물론 선거를 눈여겨 본 일부 국가들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2위를 차지한 파율루 후보는 “선거 쿠데타”라며 결과에 불복했다. 그는 카빌라 대통령과 치세케티 후보 간에 형사소추 면책과 권력 분점 등을 놓고 ‘선거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를 우려해 4만명의 참관 인력을 파견해 투표 결과를 자체 집계한 가톨릭교회도 선관위 발표와 자체 집계 수치가 다르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영국과 벨기에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논의할 것이라며 이의를 표명했다.
파율루 지지자들이 모인 키크위트에서는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폭력시위가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수도 킨샤샤에는 폭력 시위에 대비해 무장 경찰이 배치된 상태다.
콩고민주공은 오랜 시간 내전과 독재로 고통을 받았다.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뒤 미국의 지지를 받은 모투부 세코의 철권통치가 32년간 이어졌다. 세코의 반대파인 로랑 카빌라의 주도로 1차 콩고내전(1996~97년)이 발생해 세코 정권이 무너졌다. 하지만 1998년 1차 내전 때 카빌라를 도운 투치족이 정부 쪽의 홀대에 대항하며 2차 내전이 발생했다. 내전은 국제 분쟁으로 확대됐고, 2001년 경호원의 총에 암살된 카빌라를 대신해 아들인 조셉 카빌라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아 17년간 장기 집권했다.
카빌라 대통령은 ‘5년 2회 연임’으로 임기를 한정한 헌법에 따라 2016년 12월 대선을 치러야 했지만 선거를 미루다 지난달 30일 대선을 실시했다. 독립 후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부정선거 의혹으로 인해 정국의 혼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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