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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3 10:14 수정 : 2018.09.13 17:20

9·11테러 때보다도 더 많은 나라에서 활동
탈레반의 부활로 영구적인 둥지 확보 눈앞에
빈라덴 아들 함자 빈라덴이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
복잡한 이슬람권 분쟁 역학 관계로 미국도 추적 손놓아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사건’ 가운데 하나인 9·11테러의 주체인 알카에다가 다시 세력을 복구하고 있다.

9·11테러 17주년을 맞은 지난 11일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자신과 알카에다가 건재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공개된 동영상 연설을 통해 모든 무슬림들이 미국에 대해 ‘성전’(지하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자와히리는 특히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거론하며 “미국은 무슬림의 제일의 적이다”고 규정했다.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가 17년이 지난 현재 완전히 세력을 부활하고 있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의 아들 함자 빈라덴을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시키며, 9.11테러 당시 때 보다도 더 많은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함자 빈라덴이 아버지가 즐겨입던 같은 형태의 군복과 터번을 입고는 찍은 사진.
미군 특수부대가 2011년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한 뒤 알카에다 지도자 직위를 승계한 자와히리는 현재 미국에 의해 25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려있는 최고 수배자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집요한 추적에도 여전히 건재한 그의 존재는 알카에다가 여전히 세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알카에다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소탕작전으로 지도부의 3분의 1이 제거됐고, 아프가니스탄 본부가 파괴됐다. 지도자 빈라덴도 추적돼 사살됐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17년이 지난 현재 당시보다 더 많은 곳에서 ‘성전’을 수행하는 등 세력을 복원했다. 특히, 최고의 지하드 단체로서의 위상을 빼앗아갔던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이라크에서 급속히 세력을 잃으며 알카에다의 위상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알카에다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등을 활동 무대로 삼는 ‘인도아대륙 알카에다’(AGIS), 예멘 등 아라비아반도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알제리·리비아 등 북·서아프리카가 거점인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말리 등 서부아프리카의 ‘이슬람과 무슬림 지원 그룹’(JNIM), 시리아의 ‘레반트자유기구’(HTS) 등 아프리카의 대서양 연안에서부터 필리핀의 민다나오까지 이슬람권 전역에서 활동하는 중이다. 알카에다는 분명 9·11테러 때보다 더 많은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9·11테러 당시의 강력한 본부 중심의 조직에서 광범위한 지부·산하단체 중심의 연대조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하디스트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향했던 애초의 창립 목적과 부합하는 것이다.

특히, 알카에다는 9·11테러 전후 둥지 역할을 했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최근 완전히 부활하며 강력한 기반을 회복하게 됐다. 자와히리는 탈레반의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빈라덴 역시 탈레반의 전 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보호를 받았다. 자와히리의 알카에다 본부의 전략은 미국에 의해 붕괴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이슬람토후국’ 재건을 통해, 이슬람국가가 한때 꿈꾸었던 지하드 칼리프국의 중핵이 되려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이런 전략은 칼리프 국가를 수립하려 했던 이슬람국가의 시도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 가능성을 가진다. 탈레반은 9.11테러 뒤 미국이 요구한 알카에다 및 빈라덴 인도를 거절하면서 미군의 침공을 받아 정권이 붕괴됐다. 하지만, 탈레반은 그 후 아프간 정부 및 미군 등 국제연합군을 상대로 한 내전을 벌이면서 살아남아, 현재 미국과의 평화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정권을 인수할 수 있는 고정 상수 세력이 됐다. 자신의 정권 몰락을 무릅쓰고도 알카에다를 포기 안 한 탈레반이 향후 알카에다와의 연대를 더욱 강화할 것은 분명하다. 탈레반이 존재하는 한 알카에다 역시 존재하게 됐다.

더구나 탈레반의 뒤에는 파키스탄이 있다. 군부를 중심으로 한 파키스탄은 아프간을 자신의 세력권에 놓아두기 위해, 탈레반의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9.11테러 뒤 잠적한 빈라덴을 사실상 파키스탄 군부가 관리했다는 정황까지 있다. 현재 자와히리 역시 파키스탄 군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추측이다. 자와히리의 행방은 여전히 알 수 없으나, 그가 파키스탄의 최대도시 카라치에 은거하고 있다는 여러 시사들이 있다. 빈라덴이 사살됐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는 카라치에 은거하던 알카에다 간부들과의 접촉 기록들이 발견됐다.

알카에다에서는 또 새로운 지도력도 부상하고 있다. 이슬람주의자 사이에서는 ‘환생한 이맘’으로 추앙받는 전 지도자 빈라덴의 아들 함자 빈라덴이 그 중심인물이다. 빈라덴을 직접 인터뷰한 지하디스트 운동 탐사추적 기자인 <시엔엔>의 피터 버겐은 “알카에다는 현재 함자 빈라덴을 지도자로 준비시키고 있다. 함자는 빈라덴의 아들인 데다 30대의 젊은 나이이고, 자와히리보다는 훨씬 더 호소력 있다. 붕괴 위기인 ‘이슬람국가’ 이후의 이슬람주의 세계에서 알카에다 입지를 다시 굳힐 인물이다”고 평가했다. 함자 빈라덴의 알카에다 지도자 등극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미국의 알카에다 추적과 소탕은 현재 답보 상태이다. 알카에다가 연관된 복잡한 이슬람권 세계의 분쟁 역학 관계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공생 관계, 이를 후원하는 파키스탄의 존재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알카에다 박멸 작전의 최대 걸림돌이었고, 결국 이 때문에 실패했다. 이제 승산 없는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은 탈레반을 공인할 수밖에 없고, 이는 알카에다에 영원한 보호막을 주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나 예멘 내전에서의 복잡한 역학 관계로 미국은 알카에다 세력 추적 및 소탕은 고사하고 온존시키는 모순된 입지에 처해있다. 현재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 세력의 마지막 근거지인 이들리브는 알카에다 산하단체인 ‘레반트자유기구’(HTS)에 의해 60% 이상이 장악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 및 이를 후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은 테러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이들리브에 대한 탈환 공세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이들리브가 정부군에 의해 탈환되면, 미국이나 아랍의 동맹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후원했던 반군 세력은 사실상 시리아 내전에서 뿌리가 뽑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미 친러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복원으로 이어지고,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관영 언론인 <스푸티니크>는 ‘길고 이상한 여정: 9.11 공격 뒤 17년간 알카에다를 보호하는 미국’이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사실상 알카에다를 방조하거나, 보호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사실 알카에다의 씨앗은 미국이 뿌린 것이기도 하다. 1979년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을 수렁에 빠뜨리려고, 미국은 반소련 무자헤딘 세력들을 양성했고, 그 과정에서 빈라덴이 부상하고 알카에다가 결성됐다.

예멘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도 현재 예멘 내전이 격화되면서, 미국의 대테러 전쟁 대상에서 사실상 빠지게 됐다. 사우디 주도의 수니파 아랍연합군이 시아파인 후티 반군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는 잠재적인 동맹 세력으로 변했다.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는 아랍 연합군과 후티 반군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지키며,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9.11테러가 17년이 지난 현재 알카에다는 다시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이슬람 세계는 더 극심한 분쟁을 겪으며,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은 확장됐다. 미국의 아프간 및 이라크 침공은 실패로 돌아갔고, 이로 인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아프간 내전, 시리아 내전, 예멘 내전, 그리고 리비아의 무정부 상태. 그 과정에서 알카에다는 ‘이슬람국가’라는 국가세력에 준하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도 배태했다. 그리고 알카에다는 다시 최고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라는 위상을 회복했다. 이렇게 본다면, 알카에다의 9.11테러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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