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04 17:32
수정 : 2018.10.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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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뒷줄 왼쪽 두번째) 지난 4월 취임 직후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던 오로미아주를 방문해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암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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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비상사태에 등장한 젊은 총리
‘화합의 리더십’ ‘경제 개혁’ 추진
5개월 만에 세계가 주목한 아프리카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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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뒷줄 왼쪽 두번째) 지난 4월 취임 직후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던 오로미아주를 방문해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암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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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정상은 ‘아프리카 정치 스타’로 떠오른 아비 아흐메드(42) 에티오피아 총리다. 그는 집권 5개월 만에 ‘화합의 리더십’으로 국경 분쟁을 봉합하고 대대적 경제 개혁을 이끌어 아프리카 전역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홍해의 입구인 ‘아프리카의 뿔’에 자리한 에티오피아는 올해 초만 해도 비상사태에 놓여있던 나라다. 2014년 에티오피아의 최대 종족인 오로모족이 사는 오로미아주 일부를 중앙정부에 편입시키겠다는 계획이 나오자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2016년 10월엔 진압 과정에서 50명 이상이 숨졌고,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오로모족 출신의 페이사 릴레사(28)는 결승선을 통과하며 머리 위로 X자를 그리는 세리머니로 이런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반정부 시위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결국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전 총리는 2월 사임했다.
오로모족 출신의 아흐메드 총리 취임은 ‘에티오피아의 봄’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그는 4월 초 취임 연설에서 20년째 국경 분쟁을 벌여온 에리트레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7월에 종전선언을 끌어냈다. 반체제 단체들을 테러리스트 목록에서 삭제하고 정치범들을 대거 석방해 국가를 하나로 묶기 위해 힘썼다.
그는 개혁과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인구(1억745만명)가 많은 에티오피아는 가난의 대명사다. 아흐메드 총리는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산 가치가 높은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중국·홍콩의 합작 기업과 함께 남동부 지역에서 처음으로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에티오피아가 올해 8%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여당 인민혁명민주전선이 군부를 배경으로 27년간 장기 집권을 유지하는 상황이라 시민들의 정치 불신이 크다. 또 시위대를 살해하거나 고문한 책임자들에 대한 ‘적폐 청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단기적 성과를 위한 민영화와 시장 개방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흐메드 총리가 또다른 독재자가 될지, ‘아프리카의 봄’을 연 지도자로 남을지는 시간과 그의 노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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