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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6 19:16 수정 : 2005.12.06 19:16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유전 독자 개발’

“쿠르드 지역 석유는 쿠르트인 것”

지난 달 29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과 터키의 국경지대인 타우케에서 노르웨이 석유기업인 디엔오(DNO)가 원유 생산을 위한 굴착을 시작했다. 2003년 미국 침공 이후 외국기업이 이라크 유전 시추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타우케 유전은 한국군 자이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에르빌과 인접해 있으며, 에르빌과 마찬가지로 쿠르드민주당(KDP)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지역이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이 소식을 깜짝 발표하자 이라크의 아랍계 수니·시아파 지도자들이 벌집을 건드린 듯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저명한 수니파 법률가인 후세인 알팔루지는 <로이터통신>에 “쿠르드족들이 이라크의 천연자원을 장악한 뒤 독립하려 한다”며 “그들이 이번 계획을 원상복구하지 않는다면 외교적, 정치적 채널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라크 정부 수니·시아파 지도자들 거센 반발
“자원 장악해 독립하려는 것…놔두기 않겠다”
터키·이란·시리아 ‘쿠르드 독립 도미노’ 걱정

아랍계 지도자들은 헌법상 쿠르드정부가 외국기업에 개발권을 넘길 어떤 권리도 없다고 비판한다. 특히 라이트 쿠바 이라크 총리실 대변인이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부는 이번 계약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떤 보고도 듣지 못했으며 (곧 이와 관련된) 법률적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사이에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원유 통제권은 이라크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이다. 오랜 논란과 협상 끝에 10월 새 헌법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오는 15일 총선을 통해 새로 구성되는 의회가 원유 수익과 연방제 도입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쿠르드 자치정부가 “주권정부”처럼 외국기업과 유전 개발에 나서면서, 쿠르드족들이 막대한 원유수입을 배경으로 독립하려 한다는 해묵은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쿠르드 자치정부는 자신들의 땅에서 자원을 개발할 권리가 있으며 수익도 쿠르드족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타우케 유전 굴착 축하행사에서 쿠르드 자치정부의 니체르반 바르자니 총리는 “쿠르드족도 자원에서 이익을 얻을 때가 왔다. 중앙 정부가 우리 자원을 통제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대통령은 1일 이라크 최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가 2007년 쿠르드지역에 편입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키르쿠크의 운명은 주민투표를 통해 정해진다. 키르쿠크의 투르크멘과 아랍계 주민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쿠르드 정당들이 35만명의 쿠르드족들을 키르쿠크로 대거 이주시켰다고 비난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키르쿠크와 타우케 등 유전지대 문제는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수립 열망과 맞물리며, 이 지역을 뒤흔들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특히 자국 내에 대규모 쿠르드족 인구를 가진 터키, 이란, 시리아 등 주변 국가들은 쿠르드 독립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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