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5 16:11
수정 : 2005.12.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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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끝없는 전쟁
(2)식량지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
(3)발목 잡는 부채. 자원은 많은데 왜 가난할까?
(4)남부 아프리카 휩쓰는 에이즈
(5)곳곳에서 개발 노력 꿈틀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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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대륙 전체에 걸쳐 석유, 철광석, 구리, 천연가스, 다이아몬드, 금 등 자원들이 묻혀 있다. 원시림과 야생동물 등 관광자원도 훌륭하다. 국제시장에서 석유와 구리 등 원자재들의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지만, 아프리카 경제 활성화로 연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왜 풍족한 자원을 갖고 있는데도 가난할까? 자원을 판 돈이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경제적 틀’이 없기 때문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발행하는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9·10월호에 실린 사진특집기사 ‘다이아몬드의 흔적’은 아프리카 광산에서 파리나 뉴욕의 호화 상점까지 다이아몬드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앙골라, 시에라리온,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주민들이 하루 12시간씩 뙤약볕 아래서 땅을 파고 강물을 휘저어 원석을 캐낸다. 이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는 것은 끼니를 이을 음식일 뿐, 돈은 받지 못한다. 원석은 인도에서 세공작업을 한 뒤, 파리와 뉴욕의 상점에 진열된다. 지난해 약혼예물로 다이아반지를 사는 데 예비신랑들이 쓴 돈은 무려 45억달러(4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 액수의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 손으로 넘어간다.
지난 1년간 다이아몬드 약혼예물로 45억달러 지출
자원은 굶주린 주민들에게 빵을 안겨 주는 대신, 종종 전쟁을 부른다. 시에라리온 반군 혁명연합전선은 내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광산을 점령한 뒤,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를 샀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시에라리온은 내전으로 주민 370여만명이 숨졌다. 코트디부아르 반군은 코코아, 면화, 다이아몬드 밀수로 무장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서 고발했다. 수단 정부가 석유를 판 돈은 양민학살을 자행하는 민병대 지원자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원확보에 혈안이 된 중국은 수단의 석유탐사와 수출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이 보도했다.
부패와 독재정치도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이다. 지난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 미드랜드에서 열린 범아프리카의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제 문제의 뿌리를 외부에서 찾아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가나의 존 마하마 의원은 “파인애플 한 트럭을 가나에서 나이지리아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뇌물을 바쳐야 한다”며 “불공정 무역거래를 놓고 선진국을 비난하는데, 우리 대륙 내부에서의 거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아공 일간 <비즈니스리포트>는 “아프리카의 몇몇 대통령은 나라 전체의 경제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며 “고 보도했다.
풍부한 자원, 굶주린 주민에게 식량대신 ‘전쟁’ 불러
아프리카 발전을 가로막는 또하나의 거대한 장애물은 대외부채다. 현재 아프리카의 대외부채 규모는 3천억달러가 넘는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해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 진 빚을 갚는 데 150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의 모든 대외채무를 탕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채 대부분은 냉전시대 정치적 대표성이 없는 독재자들이 빌린 것이고, 이 돈은 일반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쓰이지 않고 독재자들의 사적인 이익을 채우는 데 쓰였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갚은 돈의 합계가 원금의 몇배나 되는데도 높은 이자율 때문에 계속 빚이 늘고 있다.
아프리카 빈국들은 외채를 갚느라, 정작 보건·교육 등 국내에서 집행해야 할 시급한 예산들을 줄여야 한다. 미국의 아프리카 구호기구인 ‘아프리카 액션’은 “아프리카인이 하루에 1달러의 원조를 받는다고 하면, 채무상환에는 1.51달러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말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주요8국(G8) 회의에서 제안한 최빈국 18개 나라의 빚을 완전 탕감하자는 안을 승인했다. 18개국 가운데 14개국이 아프리카다. 구호기관들은 “아프리카에 과다채무 최빈국(HIPC)이 18개국이 더 있고, 다른 나라들도 외채를 갚기에는 너무 가난하다”며 아프리카 모든 국가의 외채 탕감을 요구했다. 14개국의 빚을 빼더라도, 아프리카 대륙은 여전히 2천억달러의 외채를 떠안고 있다.
<한겨레> 국제부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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