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05 15:45
수정 : 2018.04.0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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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군이 후원하는 시리아의 ‘락까 국제 보안군’ 훈련소 수료자들이 개인 장비를 지급받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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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철군시킬 태세이던 트럼프 ‘몇달만 더’로 선회
트럼프 “미국을 재건할 시간”…전비·재건비용 부정적
참모들은 성급한 철군으로 IS에 재건 기회 줄까 우려
러시아·이란·터키 밀착에 중동질서 주도권 상실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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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군이 후원하는 시리아의 ‘락까 국제 보안군’ 훈련소 수료자들이 개인 장비를 지급받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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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발표와 번복, 감군과 증파를 오락가락한 미국의 고민이 시리아에서 재연되고 있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미국 우선주의’, 러시아·이란의 영향력까지 얽혀 한결 어지러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논의 뒤 시리아 주둔 미군을 몇개월 더 남겨두기로 결정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슬람국가(IS) 잔당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 개최 몇시간 전에 언론에 밝힌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한테 “시간이 됐다”며 곧 철수를 개시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주에도 “미국은 곧 시리아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당장 철수를 원하는 그와, 힘의 공백을 걱정하는 참모들이 절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에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하냐”고 질문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미군 지휘부가 몇년까지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몇개월 수준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리아 개입 종료라는 ‘성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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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려고 만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부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있다. 앙카라/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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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나라의 재건을 시작해야 할 때”이므로 시리아에 돈을 더 쓰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2일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의 통화에서 시리아 재건 비용 40억달러(약 4조2328억원)를 부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뢰 제거와 전기·수도 공급, 내전 종식을 위해 배정한 예산 2000만달러의 집행도 보류했다.
외교·안보 관리들은 성급한 철군이 이슬람국가에 부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된 브렛 맥거크 이슬람국가 격퇴 담당 특사는 3일 “우리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며 조기 철군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미군과 협력해온 쿠르드족 민병대는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를 침공하자 그쪽으로 이동해 이슬람국가 소탕전에서 빠졌다. 현재 이슬람국가는 전성기 영토의 90%가량을 잃고 중부 유프라테스강계곡 등 2곳의 거점에서 항전하고 있다. 미군 2000여명이 반군 연합체인 시리아민주군에 군사고문 역할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
미국과 적대적이거나 사이가 벌어진 러시아-이란-터키가 자기들끼리만 시리아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도 미국 관리들이 유의하는 대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터키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회담한 뒤 “시리아 문제에 대한 전면적 협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은 휴전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러시아와 이란이 후원하는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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