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30 18:07
수정 : 2005.11.30 18:07
법정서 으르렁거리던 후세인
변호인에게 자조 섞인 하소연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선 철문을 4개나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도 내가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은 기껏해야 길이가 9m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28일 열린 특별법정에서 미군을 침략자라고 부르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휴정 중 변호인들에게 자조섞인 말로 수감생활의 불편함을 털어놓았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 전했다.
2년 가까이 옥살이를 하고 있는 후세인 전 대통령은 “나는 (미군이 제공하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먹는다”며 음식에 불만을 표시했다. “24시간 나를 지켜보는 눈길이 있다”며 미군의 감시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몇 차례 가족 면회를 제안받았으나,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가족들이 본다면 울음을 참지 못할 것 같아 거부했다고도 말했다. 권좌에서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은 ‘보나파르트’(나폴레옹)와 ‘무솔리니’를 들먹여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또 “여기는 제3세계 국가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변호인단에 합류한 램지 클라크 전 미국 법무장관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이런 얘기는 그가 휴정시간에 법정 마이크가 켜져 있는 것을 모른 채 변호인들과 대화한 내용이 기록됨으로써 알려졌다.
그는 앞서 재판정에 들어서다 발을 삐끗해 미끄러질 뻔하자 자괴감에 빠진 듯 법정 경비병에게 “나는 더이상 사자가 아니다, 그러니 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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