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25 16:36
수정 : 2018.02.2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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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서예루살렘 지역에 있는 미국영사관에 24일 성조기가 걸려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에 맞춰 오는 5월 미국대사관을 이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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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맞춰”
애초 발표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아랍권 당혹…중동에 후폭풍 조짐
“이-팔 평화 위한 마지막 희망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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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서예루살렘 지역에 있는 미국영사관에 24일 성조기가 걸려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에 맞춰 오는 5월 미국대사관을 이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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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아 현재 텔아비브에 위치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이스라엘 방문길에 언급했던 대사관 이전 시기(2019년 말)보다 1년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아랍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워싱턴 포스트>를 보면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에 맞춰 오는 5월 예루살렘에 새 미국대사관이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미국총영사관이 있는 서예루살렘 아르노나에 대사관이 입주해 업무를 처리하면서, 2019년 말까지 장기적으로 사용할 새 건물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건립 비용은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공화당 큰 손인 카지노 거물 셸던 애덜슨 라스베이거스 샌즈 회장이 자금 대부분을 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애덜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력한 지지자로, 이스라엘에 친네타냐후 성향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그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모색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70여년간 유지해 온 이 원칙에 칼을 빼 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대사관 또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을 지시했다. 격렬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20명이 시위 중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랍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오니즘으로 무장한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건국을 선포했다. 팔레스타인이 이를 ‘나크바(대재앙)의 날’이라 부르며 치욕적으로 여기는 점을 고려하면,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밀어붙이려는 미국의 대사관 이전 계획은 중동에 거대한 폭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사무총장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두 국가 해법을 파기한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아랍인, 이슬람교도와 기독교계 팔레스타인인을 도발했다”고 우려했다. 아흐메드 아불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이-팔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건국 70주년에 경사스런 축하 행사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교통부·정보부 장관도 트위터에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며 “가장 정의롭고 정확한 움직임”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 새로운 이-팔 평화 협상안을 만들어 양측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쪽은 미국이 더는 정직한 이-팔의 중개인이 될 수 없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회담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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