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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4 09:41 수정 : 2018.02.24 10:50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이 가해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구타 지역 카프르바트나의 가설병원에서 21일(현지시각) 부상당한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다마스쿠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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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이 가해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구타 지역 카프르바트나의 가설병원에서 21일(현지시각) 부상당한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다마스쿠스/AFP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이 외부 세력들이 배후에 있는 대리전을 넘어 외부 세력들이 직접 충돌하는 국제전으로 치닫고 있다.

시리아 남부에서는 바샤르 아사드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지역인 동(동부)구타에 대해 지난 18일부터 공세를 퍼부어, 내전 사상 최악의 인도적 위기로 발전하고 있다. 22일 현재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403명에 이르는 등 사상자가 2116명이라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보고했다. 정부군에 의한 함락이 시간문제가 된 동구타 사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려 하나, 러시아의 반대로 지체되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서는 터키가 지난 1월20일부터 쿠르드족 지역인 아프린을 침공해, 인민수비대(YPG) 등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을 쫓아내는 ‘올리브 가지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는 터키에 맞서는 쿠르드족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의용군을 파견할 것으로 전해졌고, 터키는 시리아 정부군이 개입하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반군, 정부군-반군-이슬람국가(IS), 정부군-반군-이슬람국가-쿠르드족이 각축하는 구도로 거듭 변해왔다. 2011년 아랍 지역의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의 여파가 시리아에도 번지면서 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정부 시위는 내전으로 비화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및 걸프지역 수니파 보수 왕정 국가들이 아사드 정권을 타도하려고 반군 무장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부는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았다.

내전 상황에서 이슬람국가가 급속히 세력을 불려서 시리아 서·북부 지역을 장악했다.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 대 반군이 대결하는 한편 이슬람국가 격퇴 전쟁으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국가 격퇴 주역으로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인민수비대)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이 꼽힌다. 이슬람국가를 격퇴하면서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서북부에서 세력을 불리고, 터키와 접경한 북동단 지역인 아프린도 장악했다. 아사드 정부군도 러시아의 강화된 지원을 등에 업고, 반군뿐만 아니라 이슬람국가 세력을 남부 지역에서 격퇴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시리아 내전은 이슬람국가가 본격적으로 패퇴하면서 남부에서는 정부군, 북부에서는 쿠르드족이 약진하는 양상으로 다시 바뀌었다. 이슬람국가 격퇴전 때부터 쿠르드족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던 터키는 새해 들어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단행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의 득세가 자국 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에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남부에서는 아사드 정부의 장악력이 다시 커지자, 접경한 이스라엘이 개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일 시리아 정부군 시설을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무인기가 자국 영토를 침입했다는 이유로 시리아를 공습하다가, F-16 전투기가 격추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8일 뮌헨 국제안보회의에서 시리아에서 이란의 기지 건설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란을 대리하는 국가뿐 아니라 이란을 직접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최대 적인 이란을 봉쇄하는 데 전력투구한다.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이란과의 화해 정책을 폐기하고, 이란과 적대하는 사우디 등 수니파 아랍국가들과의 동맹을 강화했다. 이런 중동 정세는 이스라엘의 위협이 행동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조건들이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이란에 대한 직간접 군사행동을 벌여도, 미국과 수니파 아랍국가들은 방조할 것이다.

사우디 등은 자신들이 지원하던 반군 세력이 지리멸렬해지자, 아사드 정권을 압박하는 이스라엘과 터키의 개입에 협조할 것이 분명하다.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개입을 손놓고 보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직접적으로 세력을 구축하면, 자신들에게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다.

시리아 내전의 최대 배후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이슬람국가 격퇴를 두고 맺었던 협력관계도 파탄나고 있다. 지난 7일 미군은 동부 시리아에서 친정부 무장세력과 협력하던 러시아 용병들을 사살했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부군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조처에도 협력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이제 터키, 이스라엘, 이란, 사우디 등 중동의 강자들이 직접 개입하고, 러시아와 미국이 그 뒤를 받치는 위험스러운 국제전으로 성큼 달려가는 모양새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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