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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1 13:01 수정 : 2018.02.21 21:14

시리아 동구타의 하무리야에서 정부군의 공습으로 폭발 연기가 치솟고 있다. 하무리야/AFP 연합뉴스

다마스쿠스 인접 정부군 포위 지역 260명 사망
정부군 “너희에게 구원자는 없다” 무자비 경고
고립무원 상태 40만여명 대량학살 위기 직면
주민 “죽을 순서만 기다린다. 식량도 떨어져”

유엔 등 자제 요구만…미국 레드라인은 화학무기
‘아사드를 어떡해야 하나’ 내전 초기 고민 재발

시리아 동구타의 하무리야에서 정부군의 공습으로 폭발 연기가 치솟고 있다. 하무리야/AFP 연합뉴스
“너희에게 구원자는 없다. 만약 구원자가 도착하더라도 너희는 끓는 기름 같은 물이나 피 속에서 꺼내질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의 정예인 ‘타이거 포스’ 사령관 수헤일 하산은 동구타에 대한 공세에 맞춰 이렇게 경고하는 동영상을 배포했다. “전투와 화염으로 혼내주겠다”고도 했다. 2011년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란의 진원지로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에 있는 동구타에 대량학살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이곳에는 40만명이 정부군에 포위돼 있어, 정부군이 포위 공격 끝에 4만여명의 목숨을 빼앗고 장악한 알레포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8일 밤부터 21일 낮까지 동구타에 대한 공습과 포격으로 어린이 수십명을 포함해 민간인 260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으로 발전한 이래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노골적인 공격이다.

시리아 정부군 헬리콥터가 20일 동구타의 아르빈에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아르빈/AFP 연합뉴스
반군은 정부군과 러시아군 전투기 및 헬리콥터가 공습에 나선 가운데 드럼통에 폭약과 살상용 금속을 채운 통폭탄도 투하됐다고 밝혔다. 어린이 5명을 포함한 일가족 주검이 잔해 더미에서 꺼내지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전해졌다. 반군이 시민들을 ‘인간 방패’로 쓴다고 주장하는 정부군은 아파트와 병원 등을 무차별 공격했다. 군사적 목표물을 노린 게 아니라 전면적 공습으로 피해를 최대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병원 건물이 의도적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10개의 도시와 촌락들로 이뤄진 동구타는 여러 반군 세력이 장악한 곳이다. 수도와 붙어 있어 아사드 정권 입장에서는 목을 겨눈 칼이다. 정부군은 2013년 이곳을 화학무기로 공격해 1000명 안팎을 살해했다. 포위 상태에서 외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40만명의 목숨은 아사드의 ‘자비’에 기대야 할 상황이다.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지난 주말부터 주위에 집결하고 있어 지상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이, 임신 5개월의 아내와 함께 있다는 주민 비알 아부 살라(22)는 <로이터> 통신과의 통화에서 “죽을 순서만 기다리고 있다. 식량도 바닥났다”고 말했다.

20일 동구타의 아르빈 마을에서 정부군의 공습으로 숨진 이들을 묻기 전 한 남성이 기도하고 있다. 동구타/AFP 연합뉴스
미국 등과 친서구 민병대가 이슬람국가와의 싸움에 몰두한 사이에 힘을 회복한 정부군의 본격적 공세는 국제사회에 ‘아사드 정권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내전 초기의 고민을 다시 안기고 있다. 유엔과 미국 정부 등은 개탄을 표하면서 정부군은 포위를 풀고 휴전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업고 기세를 올리는 아사드 정부가 응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군을 제지할 실효적 수단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화학무기 사용이다. 미군은 지난해 4월 정부군이 반군 지역에 화학무기를 쓰자 지중해의 함정에서 크루즈 미사일로 보복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시리아 정부군이 동구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던 지난달 말, 화학무기를 쓴다면 “심판의 날”을 맞을 것이라고 아사드 정부에 경고했다. 화학무기만 쓰지 않는다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반군에 대한 서구의 활발한 지원은 이슬람국가가 사실상 사멸하자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정부는 또다른 전선인 북부에 친정부 민병대를 보내 실지 회복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친정부 민병대는 한달째 터키군 및 친터키 민병대와 교전하는 쿠르드족 민병대를 돕기 위해 19일 오후 아프린에 진입했다. 쿠르드족은 이슬람국가와의 싸움에서 시리아민주군의 주축을 이루면서 미군의 동맹군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의 침공을 받자, 미국과 적대적인 시리아 정부군과 손을 잡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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