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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13 14:53 수정 : 2018.02.13 22:05

남아공 아프리카민족회의, 대통령에게 “사임하라”
수많은 부패 혐의에도 8차례 불신임 투표 이겨내
이번엔 집권당의 축출 시도로 자리 유지 불투명

제이컵 주마(76)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로부터 사임하라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그가 전임인 타보 음베키에 이어 불명예 퇴진의 길로 몰리면서, 넬슨 만델라 이후 사반세기 동안 통치를 이어온 아프리카민족회의의 권위에도 쇠락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아프리카민족회의는 대통령에게 사임을 명하는 ‘소환’ 결정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아프리카민족회의 관계자는 “주마 대통령은 이 결정을 전달받고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면서 잘못이 없으니까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주마 대통령은 3~6개월의 말미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임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면 의회는 불신임 투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마 대통령은 그동안 8번의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다. 온갖 부패 혐의와 추문에도 건재하다고 해서 ‘테플론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테플론은 내열성이 뛰어나고 음식이 눌어붙지 않아 프라이팬 코팅재로 쓰는 물질로, 쏟아지는 비난에도 강한 맷집을 과시하는 정치인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권당에서도 더 놔둘 수 없다는 여론이 높아 ‘9전9기’의 기록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주마 대통령은 만델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1999년 집권한 음베키 전 대통령을 2008년 당내 권력투쟁 끝에 몰아내고 집권했다. 2014년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했고, 학교 교육은 못 받았지만 카리스마와 대중 친화력으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 부진과 함께 부패 스캔들이 꼬리를 물면서 줄곧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남아공은 2010년 브릭스(BRICS) 국가 대열에 합류할 정도로 신흥시장으로 주목받았으나 현재 실업률이 28%에 이른다. 그는 집권 전부터 부패와 성폭행 혐의에 시달렸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뒤 흑인 지도층에 접근하려는 사업가들한테 둘러싸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9년 첫 당선 직전에 유럽 방위산업체들한테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이 18개 죄목의 혐의 783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결정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사택 단장에 국고를 썼다가 뱉어내기도 했다. 인도 출신 재벌과 유착해 그들이 국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프리카민족회의 의장 자리를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에게 내줬다. 라마포사 부통령은 당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아프리카민족회의의 통치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통령 사임을 추진해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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