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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30 11:49 수정 : 2018.01.30 20:34

29일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 벗기 1인 시위’를 벌이는 한 여성의 모습. 트위터 갈무리

이란 여성들 테헤란 시내 설치된 길거리 도구함 올라
“정부가 내 몸에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는 것 질렸다”
이란 반정부 시위 상징된 ‘엥겔라브 소녀’ 영향인 듯

29일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 벗기 1인 시위’를 벌이는 한 여성의 모습. 트위터 갈무리
29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가장 붐비는 장소 중 하나인 페르도시광장 부근 도로변에 설치된 사람 키만한 높이의 도구함에 한 여성이 나뭇가지를 들고 올라섰다. 나뭇가지 끝에는 평소 그의 머리카락을 가리는 데 사용했을 히잡이 걸려 있었다.

<뉴욕 타임스>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글을 토대로 이란 곳곳에서 적어도 6명의 여성들이 이 같은 1인 시위를 벌였다고 29일 보도했다. 나뭇가지에 스카프를 걸고 잠시 서 있는 것이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되는 이유는 이란에서는 이슬람 율법을 적용한다며 여성이 집 밖에서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 머리카락을 가리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겼을 때는 체포될 수 있다.

페르도시광장에서 시위를 한 28살 여성은 히잡을 벗어던진 이유가 “정부가 내 몸에 무엇을 하라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데 질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여성이 시위하는 사진을 봤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면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행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시민들이 5~6분 정도 시위를 벌이던 이 여성을 비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며 사진을 찍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고 전했다. 광장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이 그를 봤는지 모르지만 여성은 체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 신문은 이날 다른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한 여성이 체포되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월27일 테헤란 엥겔라브에서 히잡 벗기 시위를 벌인 여성의 사진(왼쪽). 이 여성은 오른쪽 그림과 같이 그림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이어진 이란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소셜미디어에서 갈무리.
이번 시위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성직자 통치 철폐를 외친 반정부 시위의 ‘아이콘’이 된 한 여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7일 테헤란 엥겔라브에서 한 여성이 나뭇가지에 흰색 히잡을 걸고 머리카락을 드러낸 채 길에 설치된 도구함에 올라서서 시위를 했다. 이 장면은 이란 여성들에게 히잡을 벗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도록 하는 등 히잡 벗기 운동을 펼치는 언론인 마시흐 알리네자드가 소셜미디어에 게재하며 널리 알려졌다. 시위가 진압된 뒤에도 이 여성의 거취는 ‘그는 어디 있나’라는 소셜미디어 해시태그를 타고 계속 주목을 받았다. 이란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나스란 소토데는 이 여성이 시위 당시 체포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페이스북에 적었다.

알리네자드는 “히잡을 강제하는 것은 여성 억압의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상징”이라며 “이 여성들은 옷 때문에 항의하는 게 아니라 정체성과, 존엄, 선택의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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