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18 15:40
수정 : 2018.01.1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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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7일 스탠퍼드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대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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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철수하면 시리아에서 이란 입지 강화”
IS 격퇴→이란 차단 등 전략적 목표로 전환 발표
이라크~시리아~레바논 시아파벨트 차단 의지 밝혀
아사드 정권 퇴진 추구도 주둔 지속 이유로 제시
“경제 압박 지속”…아사드 축출 구체 계획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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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7일 스탠퍼드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대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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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슬람국가(IS)가 궤멸 상태에 빠진 시리아에 군을 장기간 주둔시키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주둔 이유를 테러리즘 대응에서 이란의 영향력 차단이라는 전략적 목표로 전환한다는 것으로, 7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 및 중동 정세에 상당한 함의를 지닌 발표다.
<에이피>(AP) 통신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시리아에서 역사가 반복되게 할 수 없다”며 철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슬람국가의 한쪽 발은 무덤에 들어갔으며, 미군 유지로 그들을 완전히 패퇴시킨다는 목표를 이루면 곧 두 발 모두 무덤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를 반복할 수 없다’는 말은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2011년 철군 발표가 이라크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아사드 정권이 회복돼 시리아인들을 계속 잔혹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상 지원, 이란의 영향력 차단, 난민 귀환, 대량파괴무기 제거도 미군의 존재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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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시리아 이들리브주 남부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을 피해 터키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임시 난민수용시설로 대피한 어린이들이 모닥불을 쬐고 있다. 칼비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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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특수부대를 비롯한 2000여명을 시리아에 두고 있다. 반군을 위한 공습 지원도 주요 개입 수단이었다. 틸러슨 장관의 말은 개입 목적을 이슬람국가 분쇄로 국한한 종전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언젠가 세계의 경찰 국가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며 해외 파병 축소를 공언해 왔다.
틸러슨 장관은 “안정되고 통일적이며, 독립된 시리아라는 목표가 성공하려면 궁극적으로 아사드 이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바샤르 아사드 정권 퇴진이 목표임을 밝혔다. 하지만 아사드 축출을 위한 군사적 계획은 밝히지 않고 경제 제재로 압박하겠다고만 했다. 시리아에서는 최근 힘을 회복한 정부군에 반군이 밀리고 있다. 반군이 장악한 최후의 주로 불리는 북서부 이들리브주에 대한 공격으로 지난주까지 난민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발표의 주목적은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 차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군과 반군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주도 평화협상의 중요성이 감소하는 동시에 미국도 시리아 문제에서 소외되는 국면이다. 미국은 이란이 이라크~시리아~레바논의 ‘시아파 벨트’를 통해 중동에서 패권을 장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중동의 한복판에 있는 시리아는 그 벨트의 길목인 데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하고, 시리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시아파로 구성된 민병대를 투입해 아사드 정권을 돕는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철수는 이란이 시리아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이어 시리아에서도 장기 주둔 태세에 들어가면서 중동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들 간 대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시리아 철군 계획을 밝혔지만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기 위한 행동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미국이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을 도와 3만명 규모의 국경수비대를 창설할 것이라는 소식에 러시아, 이란, 터키, 시리아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는 와전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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