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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2 17:37 수정 : 2018.01.02 23:16

이란 테헤란에서 지난달 30일 테헤란대학교 학생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트럼프의 반이란 노선에 기름
이란과의 국제핵협정 파기 위기 커져
사우디와 이란의 대결도 격화 가능성

이란 테헤란에서 지난달 30일 테헤란대학교 학생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란과의 국제핵협정 파기,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수니파 진영 대 이란 주도 시아파의 대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란 반정부 시위 닷새째인 새해 첫날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탄압하면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미국 관리들은 새로운 제재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충성하는 혁명수비대를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의 최고 엘리트 부대인 혁명수비대가 이란 이슬람혁명을 중동 지역에 수출하고, 시아파 영향력 확장을 위해 시리아 내전 등에 개입하고 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들에도 이란의 평화적 시위 권리를 지지하라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아침 트위터에 “이란 국민들은 수년 동안 억압받아왔다”며 “그들은 식량과 자유에 굶주린다. 인권과 함께 이란의 부가 도둑맞고 있다. 변화의 시간이다!”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2일에는 트위터에 “이란 국민들이 결국 잔인하고 부패한 이란 정권에 맞서 행동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몹시 어리석게도 그들에게 준 돈은 전부 테러리즘과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란 국민들은 식량 부족, 높은 인플레이션을 갖고 있고 인권은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고 올려 이란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함께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이란과의 국제핵협정 파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주도로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맺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최악의 합의’로 비난해온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이 협정의 ‘불인증’을 선언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검증법’에 따라 미 행정부는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를 90일마다 인증해 의회에 보고하고, 의회는 이를 근거로 이란 제재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다음 주말까지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를 다시 의회에 보고해야 하는 트럼프는 이번에도 불인증을 통보할 것이 확실하다. 의회로서는 이란에 다시 제재를 부과해야 할 압력이 더욱 가중되게 됐다. 트럼프는 유럽 동맹국들에도 이란과의 국제핵협정 파기 등의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패권을 놓고 다투는 사우디와 이란 사이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란 관리들은 사우디가 시위를 부추긴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로 부상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중동의 히틀러”라고 비난하며, 이란과의 싸움을 다짐해왔다. 지난해 사우디는 이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카타르에 단교 조처를 취했다. 사우디는 또 예멘 내전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미사일로 공격한 것은 이란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은 이란 시위 사태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차치 하네그비 지역협력장관은 이란의 시위대가 “자유를 찾아서 용감하게 목숨을 걸고 있다”며 ‘문명화된 세계’는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시위 사태에 대해 함구할 것을 촉구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란 정부가 시위 사태의 책임을 이스라엘 등 외부 세력으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에이피>(AP) 통신은 2일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해 반정부 시위로 9명이 추가로 사망했고, 계속된 시위로 사망자가 적어도 21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정치 소요가 계속되면 반정부 시위대들은 국가의 ‘철권’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야톨라 사데크 아몰리 라리자니 법무장관은 폭동자와 약탈자들에 대한 엄중 단속을 촉구했다. 전날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국민들에게는 시위와 비판의 자유가 있다면서도 폭력과 파괴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이란 정부가 본격적인 진압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일 시위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내 놓은 반응에서 외부 세력을 겨냥했다. <에이피>는 하메네이가 “최근 며칠간 이란의 적들이 뭉쳐 돈, 무기, 정치, 정보기관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이란 체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며칠 내로 자세한 생각을 말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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