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0 05:01
수정 : 2017.12.20 22:27
우간다, 탄자니아, 보츠와나, 니제르 등에서 수출 금지하자
나이지리아에서 가격 급등, 이전보다 5∼8배까지 뛰어
중국 기업 동아아교는 지난해 세전 이익만 3200억원대 추산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에서 모래를 판매하는 아부바카르 야우에겐 당나귀가 훌륭한 ‘트럭’이다. 야우의 당나귀는 매일 광활한 모래 사장에서 야우가 파낸 모래를 등에 멘 뒤 시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야우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당나귀 값이 급등하면서 ‘당나귀를 팔라’는 유혹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9일 당나귀 가죽이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믿는 중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당나귀를 수입하면서 최근 나이지리아의 당나귀 가격이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 중국의 당나귀 수입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우간다, 탄자니아, 보츠와나,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말리, 세네갈 등은 중국의 당나귀 수입을 금지했고, 아직 빗장을 걸어잠그지 않은 나이지리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야우는 “2년 전만 해도 1만5천∼1만8천나이라(약 4만5천∼5만4천원)에 살 수 있던 당나귀 1마리 가격이, 지금은 7만∼7만5천나이라까지 뛰었다”며 “이건 재앙이다. 땅에서 일해 겨우 먹고 사는 우리는 당나귀없이 돈을 모으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30년간 이 일을 해온 압두라함 가르바는 “니제르가 당나귀 수출을 금지한 뒤로 중국인들이 나이지리아 당나귀 시장으로 관심을 돌렸고, 급속도로 시장이 붕괴하고 있다”며 “마리당 9만5천나이라까지 쳐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고 말했다.
국가적으로 당나귀 수출을 막은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에서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북부 나이지리아에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이런 거래와 당나귀 살육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무슬림이 다수인 북부 나이지리아에서 당나귀가 비교적 저렴하게 거래되며, 여기서 팔린 당나귀들은 남부 델타주까지 내려가 중국행 배를 타고 수출된다. 델타주 우헬리 지역은 당나귀 거래 중심지로 꼽히는데 마을 곳곳에 비좁은 우리가 설치돼 있고, 수백마리의 당나귀가 삐쩍 마른 몸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당나귀 가죽과 고기 수요가 늘어날수록 설치되는 우리 수도 늘어난다.
중국에서 당나귀 가죽이 인기를 끄는 것은 ‘어지아오’(ejiao)라 불리는 당나귀 아교(젤라틴) 때문이다. 가죽과 힘줄, 내장 등을 고아 굳힌 전통 보양식재료로 약초끓인 물에 녹여 마신다. 감기부터 노화 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수억달러 이상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한다. 한 당나귀 거래상은 “당나귀 아교는 빈혈 환자를 위한 혈액 강장제, 몸의 기운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1㎏당 390달러까지 팔린다”고 전했다. 일부 거래상들은 당나귀 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파는 범죄까지 저지르면서 “당나귀는 버릴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아에프페>는 지적했다.
중국에서 아교 등 보양재를 제조·판매하는 동아아교는 지난해 세전 이익만 2억9500만달러(약 3202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2014년 한 해에만 70만마리분의 당나귀 가죽을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영국 동물 복지 자선단체 ‘당나귀 보호구역’ 활동가 시몬 팝은 “당나귀 1마리 가죽이 1㎏의 아교를 만든다고 한다. 이는 막대한 양으로 얼마나 많은 가죽이 매년 소비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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