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11 21:30
수정 : 2017.12.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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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 여성들이 지난 10월20일 수도 리야드에 있는 파하드왕 문화센터에서 열린 ‘단편영화 경쟁부문 2’ 축제에 참석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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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극보수주의 물결에 영화관 폐쇄 후 35년 만
내년 3월께 첫 영화관 개관…2030년까지 300곳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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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 여성들이 지난 10월20일 수도 리야드에 있는 파하드왕 문화센터에서 열린 ‘단편영화 경쟁부문 2’ 축제에 참석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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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개방’ 드라이브에 시동을 건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여성의 운전과 스포츠 경기 관람을 허용한 데 이어 상업 영화관도 운영할 수 있도록 방침을 세웠다. 사우디에는 현재 영화관이 없다.
<에이피>(AP) 통신은 11일 사우디 정부가 내년부터 상업 영화관 영업 허가서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극보수주의 물결이 들이닥쳤을 때 영화관이 모두 문을 닫은 후 35년 만에 허용되는 것이다. 이는 무함마드 빈살만(32) 왕세자의 역점 사업 ‘비전 2030’의 일환이기도 하다.
사우디 시민들은 트위터에 영화관을 상징하는 간식거리 팝콘 사진과 함께, 춤추고 눈물을 흘리거나 기절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리며 환호했다. 배우이자 감독인 히샴 파지흐는 “이건 극적인 뉴스다. 우리는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첫 영화관은 내년 3월께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의 이슬람 성직자들은 서양 영화뿐 아니라 이집트나 레바논에서 아랍어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까지 죄악시했다. 수십년간 영화관 개관이 금지됐으나, 애호가들은 위성 티브이나 온라인을 통해 검열을 피하면서 영화를 봤다. 시민들은 이웃 국가인 바레인이나 아랍에미리트로 영화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영화관은 없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협조를 통해 영화가 제작됐다. 정부는 동부 다란 지역에서 영화제를 열도록 후원하기도 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60편의 사우디 영화가 출품됐다. 영화관이 남성 전용인지, 혹은 여성을 포함한 가족 단위가 앉는 구역이 분리돼 마련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인도 발리우드, 아랍어 영화 등이 어떤 비율로 상영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영화관 300곳에 스크린 2000개를 설치해 900억리얄(약 26조2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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