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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07 14:48 수정 : 2017.12.07 22:3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인 6일 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트럼프 선언에 팔레스타인 쪽 강하게 반발
하마스, 분노의 날 지정...“인티파다 잇따를 것”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이집트, 터키서도 시위
반미 시위 속 금요예배가 사태 추이 보여줄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인 6일 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이스라엘 수도’ 선언으로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자는 운동)은 큰 승리를 안았다. 반면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번 선언을 저주로 받아들인다. 세계는 벌집을 건드린 선언이 유혈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은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영원한 수도”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정파들은 7일 자치지역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총파업과 대대적 시위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이번 선언은 “전쟁 선포”라면서 “지옥문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데페아>(DPA)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곳곳에서 성조기를 태우는 등의 시위가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카이로, 터키 이스탄불에서도 반미·반이스라엘 시위가 진행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이 6일 밤 가자지구 라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라파/EPA 연합뉴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앞두고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인티파다(봉기)가 잇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87~91년 당시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1차 인티파다로 팔레스타인 쪽 2000여명, 이스라엘 쪽 200여명이 사망했다. 2차 인티파다는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 아리엘 샤론이 2000년 9월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이슬람 성소 알아크사사원을 방문하면서 촉발돼 2005년 1월까지 이어졌다. 이를 성소 침탈과 예루살렘에 대한 영구적 지배 의도로 받아들여 봉기한 팔레스타인인 3000여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쪽도 1000여명이 사망했다.

인티파다로 명명된 봉기 외에도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7월에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올드시티의 성전산 출입구를 지키던 이스라엘 경찰관 2명을 사살한 게 발단이 돼 모두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혈사태로 발전했다.
인티파다 자료사진.

반발이 얼마나 폭발적일지는 일단 무슬림들의 휴일이자 대규모 금요예배가 진행되는 8일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하마스는 이날을 ‘분노의 날’로 지정했다.

이스라엘 쪽은 “유대인들과 유대 국가는 영원히 고마워할 것”(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이라고 밝히는 등 이번 선언을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소요나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며 긴장하고 있다. 한 이스라엘 신문은 “트럼프 경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예루살렘 주재 미국총영사관은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올드시티에 접근하지 말고, 서안지구의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에도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요르단 주재 미국대사관도 외출을 삼가고 7일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했다.

유엔과 유럽 국가 지도자들도 미국을 비판하는 데는 이번 선언이 이슬람 지하드(성전) 세력에게 ‘명분’을 제공하고 종교 갈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대교도, 기독교도, 무슬림에게 신성한 특별한 도시”인 예루살렘을 국제 특별관리구역으로 선언한 유엔 결의를 지키면서 현상 유지를 하자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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