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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10 16:14 수정 : 2017.11.10 21:46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왕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도 잇따라 철수 조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야드 전격 방문

왕세자 ‘피의 숙청’ 계속, 201명 체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왕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9일 레바논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철수령을 내리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가 이란의 영향을 받고 있는 레바논을 경제적으로 봉쇄하거나 무력충돌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날 사우디 외무부가 레바논에 사는 자국민과 관광객에게 가능한 한 빨리 레바논을 떠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표가 나온 직후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같은 조처를 했다. 바레인은 지난 5일부터 자국민에게 레바논 철수령을 내렸다. 지난 4일 사아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로부터 신변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며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힌 뒤 긴장감이 고조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리야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레바논 쪽에서는 이란이 아니라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를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레바논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하리리 총리 사건은 사우디의 공격”이라며 “레바논 정부는 하리리 총리의 사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리야드에서 연금 중이거나 구금됐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사우디는 이를 부인했다.

헤즈볼라가 군사력을 기반으로 레바논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시아파 종주국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하리리 총리가 이끄는 정당 ‘미래 운동’과 헤즈볼라가 무력 충돌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의 사임을 시작으로 레바논 정부를 붕괴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우디의 타메르 알사반 걸프담당 장관은 지난 6일 “헤즈볼라의 공격적 행위 때문에 레바논 정부는 사우디에 선전포고를 한 국가로 취급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형세가 심상치 않자 인근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방문 중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계획에 없던 리야드 방문에 나섰다. 레바논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는 지금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하면서 하리리 총리 사임 이후 레바논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하리리 총리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했다고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무함마드 왕세자의 ‘피의 숙청’ 작업은 더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부패 청산이란 명목으로 체포된 인원이 201명까지 불어났다. 셰이크 사우드 알모제브 사우디 검찰총장은 “현재까지 208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이 중 7명은 무혐의로 풀려났다”며 “지난 3년간 수사를 토대로 최소 1000억달러(약 111조7500억원)가 조직적 비리에 의해 빼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잠재적 경쟁자인 왕자들과 장관, 유력 기업인 등이 대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리야드의 5성급 리츠칼튼호텔에 갇혀 있다. 호텔은 지난 4일부터 고객들에게 방을 비워줄 것을 요청했고, 5일부터 아예 문을 걸어잠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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