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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6 17:34 수정 : 2017.11.08 21:32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대적인 숙청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왕세자가 지난 5월14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 회원국 지도자 회의에서 아버지인 살만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왕세자 주도 숙청사태, 왕가와 성직자 권력 제한
7천명의 왕자 등 1만5천명 왕족 권력에 칼질
보수 와하비즘 교단의 종교경찰 권한도 박탈
전통적 권력균형 파탄…교단 반발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대적인 숙청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왕세자가 지난 5월14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 회원국 지도자 회의에서 아버지인 살만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왕자들과 이슬람 율법학자들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32) 왕세자가 사촌 왕자들과 율법학자들을 반부패 명목으로 대거 숙청하면서 권력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권력 구조의 근간인 사우드 왕가와 와하비즘 율법학자들의 정-교 동맹이 바뀔지 주목된다.

아라비아반도 내륙 네지드 지역에서 1744년 부족장인 무함마드 빈 사우드와 무함마드 이븐 압둘와하브라는 이슬람 율법학자가 맺은 정-교 동맹이 사우드 왕국의 시초다. 아랍을 통일할 야망을 가졌던 사우드에게 압둘와하브는 코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엄격한 근본주의 교리를 제공했다. 신도들은 철의 규율을 가진 종교군대로 사우드 왕가에 복무했다. 오스만튀르크제국이 붕괴되던 20세기 초 사우드 가문의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종교군대인 이크완의 무력에 기초해 사우디 왕국을 건설했다.

초대 국왕 이븐 사우드는 22명의 부인에게서 45명의 아들을 낳았다. 외손주까지 포함하면 손주는 약 1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증손주 및 이븐 사우드의 형제들이 낳은 방계까지 포함하면 7천명에 이르는 왕자와 공주 등 1만5천여명의 왕족이 있다. 또 이에 필적하는 와하비즘 율법학자들이 존재한다.

사우드 왕가는 세속 권력을, 율법학자들은 종교 권력을 분점했다. 특히 주민들 일상생활에 간섭할 수 있는 종교경찰은 율법학자들의 소관이다. 왕족과 율법학자들 사이의 권력 균형은 사우디의 오랜 숙제다.

2대 사우드 국왕부터는 왕위가 형제 상속돼 현재의 7대 살만 국왕까지 이어졌다. 부와 권력에 대한 왕족의 독점은 커졌다. 국방·내무·외무장관, 13개 지역 통치자 중 리야드와 메카 등의 주요 지사는 왕가가 독점한다. 경제 각료는 평민에게 돌아가기는 하나, 부장관은 왕가가 차지해 실권을 놓지 않는다. 30명 넘는 각료 중 보통 12명 이상을 왕가가 맡아왔다. 군, 경찰, 정보기관도 왕가 몫이다. 3천억달러 안팎인 예산의 40%가 왕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왕가 재산은 1조4천억달러(약 156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우디 2013년 국내총생산(7185억달러)의 두 배다.

왕가 권력 균형의 핵심은 군부 권력의 분점이다. 상비군을 관장하는 국방장관, 정예군인 국가수비대, 내무경찰 총수는 왕가의 엘리트가 나눠 가졌다. 국방장관은 보통 왕세자 몫이다. 지난 6월 왕세자에 오른 무함마드도 국방장관에 올랐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가 4일 왕자 11명과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10명을 검거하는 대대적 숙청 작업에 나서면서, 사우디의 권력 구조는 태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는 국가수비대 장관인 미테브 빈 압둘라 왕자도 경질했다.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인 미테브는 왕세자 경쟁자였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제 상비군, 국가수비대, 내무경찰 모두를 장악하게 됐다. 경찰과 정보부를 관할하는 내무장관직도 무함마드 빈 나이프 전 왕세자에게서 박탈했다. 숙청 사태에 즈음해 만수르 빈 무끄린 왕자는 탑승한 헬기가 추락하며 5일 사망했다. 예멘과 접경한 아시르주 부지사인 그도 유력한 왕자 중의 하나였다.

권력에서 한발 비켜 있던 세계적 대부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검거한 것도 숙청의 강도를 말해준다. 알왈리드는 현 왕세자의 개혁정책들을 지지하지만 그의 측근들이 무함마드의 왕세자 승계를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권력의 한 축인 와하비즘 율법학자들의 종교권력을 박탈하고 있다. 취임 직후 그는 율법학자들이 장악한 종교경찰의 체포 권한을 박탈하는 조처를 취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최근 여성의 운전, 스포츠 경기 관람을 허용했는데, 그가 추진하는 이슬람 현대화와 온건화는 와하비즘 성직자들에게는 권력의 제한을 의미한다. 수십명의 강경파 율법학자들이 체포됐다. 일단 최고 종교기구인 고위율법학자위원회는 이슬람 율법이 “우리에게 부패에 맞서 싸우라고 가르친다”며 지난 주말 숙청을 추인했다.

하지만 교단이 왕가의 권력 독주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1930년대에 와하비 교도들로 구성된 이크완 종교군대는 이븐 사우드 국왕이 변절자라며 반란을 일으켰다. 1979년에도 이크완 지도자 자녀들이 반란을 일으켜 성소 메카를 점령하기도 했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역시 오사마 빈 라덴 등 강경 와하비 교도들이 주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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