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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5 12:01 수정 : 2017.11.06 09:00

자신의 친척인 왕자 11명과 장관 4명 검거 등 대대적인 숙청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

모하메드 왕세자의 반부패기구 주도
최고 부호 알왈리드 왕자도 체포돼
왕위 경쟁자인 국가수비대 장관 미테브 왕자 경질
모하메드 왕세자가 군부 장악

자신의 친척인 왕자 11명과 장관 4명 검거 등 대대적인 숙청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
보수적 전제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10명이 한꺼번에 검거되는 유례없는 숙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고 부호 중 한명인 알왈리드 빈 탈말 왕자도 체포됐다.

사우디 관영방송 <알아라비야>는 4일 이번 검거 사태를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국왕의 칙령으로 모하메드 빈살만(32) 왕세자가 이끄는 새로운 반부패기구가 구성된 직후 벌어졌다. 지난 6월 고령의 사촌에게서 왕세자 직을 넘겨받은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반대파들을 억누르며 권력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특히 알왈리드 왕자의 체포는 사우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금융계에도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알왈리드는 거대 투자회사인 ‘킹덤 홀딩스’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부호 중 한명이다. 그는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시티그룹, 트위터, 애플, 모토롤라 등 세계 유수 회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숙청 사태의 주역인 모하메드는 왕세자는 군사, 외교, 경제 분야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막강한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사우디 왕가 내에선 이에 대한 불만도 커져 왔다.

모하메드의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1) 국왕은 이날 모하메드 왕세자가 이끄는 새로운 반부패위원회 창설을 발표했고, 발표가 나온지 몇시간 뒤 위원회는 대대적인 검거를 발표했다. <알아라비야>는 반부패위원회가 부패 혐의가 있는 모든 인사들에 대한 수사, 체포, 여행금지, 자산몰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사우디 왕가 소유인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은 4일 갑자기 모든 객실을 비웠다. 검거된 왕자 등을 수용하는데 사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개인 소유 비행기들이 이용하는 공항은 폐쇄됐다.

검거 사태와 별개로 사우디 최정예 부대인 국가수비대 담당 장관과 해군 사령관이 해임되고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국영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는 살만 국왕이 국가수비대 장관인 미테브 빈 압둘라 왕자, 해군 사령관 압둘라 빈 술탄 빈 모하메드 알술탄 제독을 해임했다고 보도했으나, 해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해임된 국가수비대 장관인 미테브 왕자는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이다. 그는 한때 모하메드 왕세자의 왕위 계승 경쟁자로 간주됐으며,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 중 유일하게 남은 사우디 정부 고위 관리다. 압둘라 전 국왕은 살만 현 국왕의 형이다. 미테브 왕자의 해임으로 이미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모하메드 왕세자는 모든 군 병력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최근 ‘온건한 이슬람’으로의 회귀가 사우디를 현대화하려는 자신의 계획에서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봉건적이고 전제적인 사우디의 통치 방식을 현대화해 자신의 권력을 다지려는 복안으로 보인다. 1만명으로까지 추산되는 왕자 등 사우디 왕가 인맥들의 권력과 재산을 제한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최근 리야드에서 열린 경제 회의에서 “곧 극단주의의 잔재들을 박멸”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에는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의 경제, 사회를 개혁할 광범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태양광 에너지 개발, 사우디 동북부에 대규모 첨단 도시 건설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그의 급부상과 권력 강화는 사우디 왕가와 사우디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가 사촌인 왕자들, 고령의 왕가 친척들을 소외시키며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검거된 알왈리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뉴욕의 플라자호텔을 사들인 투자단의 일원이며, 트럼프로부터 호화 요트를 구매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엔 “트럼프는 공화당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도 불명예”라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는 알왈리드 왕자가 아버지의 돈으로 미국 정치인들을 조종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반부패혐의로 검거된 세계 최고 부호 중 한명인 알 왈리드 빈 탈말 왕자
알왈리드는 억만장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사우디의 왕가 내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그는 사우디 왕가나 체제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오래 전투버 여성 운전 허용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등 사우디 왕가 주류와 다른 견해들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 사우디는 최근에야 여성 운전을 허용했다. 알왈리드는 지난 2015년 재산 320억달러를 사후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체포로 그의 재산이 몰수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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