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3 17:19
수정 : 2017.11.0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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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이 2일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의 영국대사관 앞에서 밸푸어 선언 100년을 맞아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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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영국 외무장관 밸푸어, 이스라엘 건국 공식 지지
중동 분쟁의 시발점…영국 사과 요구하는 시위 잇따라
메이 영국 총리-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념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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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이 2일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의 영국대사관 앞에서 밸푸어 선언 100년을 맞아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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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열강 중 최초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공식 지지한 ‘밸푸어 선언’ 100년을 맞아 영국의 사과를 요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됐다.
2일 <알자지라>를 보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행정수도 라말라와 가자지구, 헤브론 등에서 각각 수천명이 집결해 검은 깃발을 흔들었다. 서안지구 나블루스에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밸푸어 당시 외무장관의 모형을 태우는 화형식이 열렸다. 고등학생들은 밸푸어 선언을 규탄하는 수십만 명의 서명을 영국 영사관에 제출했고, 영국의 거리예술가 뱅크시는 이스라엘 분리장벽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미안해(Er…SORRY)’라는 문구를 새겨 밸푸어 선언 100년을 풍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터키 이스탄불, 요르단 암만, 시리아 다마스쿠스 등지에서도 전날부터 밸푸어 선언을 비난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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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오른쪽)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밸푸어 선언 100돌을 기념해 2일 영국 총리관저에서 회담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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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국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테리사 메이 총리와 만찬을 함께하며 이날을 기념했다. 메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위해 영국이 선구적 역할을 해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차대전이 끝나가던 1917년 11월2일, 당시 아서 밸푸어 영국 외무장관은 유대인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오스만튀르크 영토였던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의 민족적 본거지가 세워지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유대인들은 시온주의(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가 ‘공인’을 받은 것으로 간주했다.
이보다 2년 전, 전쟁에서 영국 편을 드는 대가로 팔레스타인에 아랍 국가 건설을 돕겠다며 ‘맥마흔 선언’을 한 영국의 모순적 행태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동 유혈 사태의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팔레스타인 정치인 하난 아쉬라위는 <가디언> 기고에서 “밸푸어는 누군가의 고향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고 약속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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