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2 16:17
수정 : 2017.11.02 16:37
CIA, 빈라덴 은신처서 확보한 문건 추가 공개
일지에 14살 때 셰익스피어 생가 방문 경험 적어
“그들은 도덕적으로 문란한 사회다”
2011년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유층 출신이다. 학생 때부터 급진적 종교사상에 빠진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자헤딘에 참여하고 이후 알카에다를 만들어 9·11 테러를 기획했다. 빈라덴이 10대 때 셰익스피어 생가 방문 등 영국 여행을 통해 반서구 감정을 키웠음을 시사하는 자료가 공개됐다.
<가디언>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빈라덴 사살 작전 때 확보한 47만건의 자료를 1일 추가로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 중에는 빈라덴이 은신처인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사살되기 얼마 전 작성한 228페이지짜리 일지도 들어있다.
빈라덴은 일지에 13살에 처음으로 서구를 여행했다고 적었다. 이듬해에 “공부”를 위해 영구해 10주간 머물렀다고 했다. 이 공부는 1971년에 옥스퍼드 랭귀지 과정을 다닌 사실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스페인 여성은 이 과정에 다닐 때 빈라덴 및 그의 두 형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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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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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은 일지에 셰익스피어 생가를 여러 번 방문한 것과 영국 사회가 문란하다고 느꼈다는 점을 적었다. 그는 “우리는 매주 일요일 셰익스피어의 집을 방문했다. 난 별 인상을 받지 못했고, 우리와 그들은 다른 사회이며 그들은 도덕적으로 문란한 사회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그들은 문란한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내 나이 때문에 그곳의 삶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겠다”고 적었다.
빈라덴이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 있는 셰익스피어 생가에서 영국 사회와 문화가 문란하다고 느꼈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추론하기 어렵다. 하지만 생가에서든 어디에서든 사우디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성적 자유가 큰 영국을 여행하면서 어린 나이에 서구 사회에 대한 반감을 키운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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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라덴(맨 오른쪽)이 옥스퍼드 랭귀지 과정에 있을 때 두 형, 스페인 학생들과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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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에는 함께 사살당한 빈라덴의 아들 칼리드가 쓴 부분도 있으며, 부자가 문답을 주고받은 내용도 있다. 또 일부 이슬람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역사의 종말의 시작, 즉 일련의 혁명 끝에 무슬림 국가들이 통일되고 서구와 평화기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시나리오가 들어있다고 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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