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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6 15:40 수정 : 2017.10.26 22:02

2014년 보코 하람이 납치한 나이지리아 여학생들.

나이지리아 극단주의 단체의 ‘인간폭탄’
올해 아동 110명 중 76명이 소녀들
<뉴욕타임스> “대부분 납치 피해자 동원”
현지인들 ‘소녀 공포증’…오인사살도 빈발

2014년 보코 하람이 납치한 나이지리아 여학생들.
하디자(16)는 허리에 폭탄띠를 두르고 검문소에 접근했다. 함께 ‘임무’ 수행에 나선 12살 소녀에게는 잠시 나무 옆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보호자도 없이 접근하는 어린아이를 의심해 군인들이 총을 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행히 군인들은 하디자의 말을 믿었고, 둘은 폭탄띠를 벗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올해 납치된 하디자가 자살폭탄테러에 내몰린 것은 보코 하람 대원과의 ‘결혼’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대원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하디자를 상급자에게 데려갔고, 상급자는 천국에 대해 설명하며 아주 행복한 곳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하디자는 처음에는 집으로 돌려보내준다는 말로 이해했다고 한다.

‘아프리카판 이슬람국가(IS)’인 보코 하람은 소녀들을 자살폭탄테러에 빈번하게 이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군과 민병대의 반격에 밀리면서도 올해 들어 현재까지 지난해 전 기간보다 두 배 많은 자살폭탄테러를 저질렀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폭탄띠를 두르고 나섰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소녀 18명을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냈다.

사진 출처: <프랑스24> 누리집
아이샤(15)는 피난 중에 아버지, 10살 남동생과 함께 보코 하람에 붙잡혔다. 아버지는 살해됐다. 무장대원들은 곧 몸에 폭탄을 붙인 동생을 오토바이 좌석 가운데에 끼고 떠났다. 대원들은 환호하며 돌아와 “네 동생이 사악한 인간들을 죽였다”며 울지 말라고 했다. 아이샤에게도 폭탄을 두르게 한 뒤 같은 정부군 막사에서 터뜨리라고 지시했다. 그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스위치를 당길까도 생각했지만, 용기를 내서 군인들에게 다가가 “내 동생이 여기서 당신 동료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아동을 이용한 자살테러는 종종 발생해왔지만, 보코 하람의 행태는 어떤 테러 집단도 흉내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보코 하람이 올해 아동 110명을 ‘인간 폭탄’으로 사용했고, 그 중 소녀가 76명이라고 집계했다. 대부분 15살 미만이다. 한 소녀는 등에 아기를 업은 채 폭탄을 터뜨렸다. 보코 하람은 폭탄을 터뜨리라고 협박하고는 멀리서 감시하는 수법을 쓴다. 표적은 군 시설, 학교, 시장, 모스크를 가리지 않는다.

소녀들을 자살테러에 이용하는 것은 애초 상대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 여성의 품이 넓은 옷은 폭탄을 가리는 데도 유리하다. 하지만 마이두구리를 비롯한 나이지리아 동북부에서는 소녀들을 이용한 테러가 잦다 보니 오히려 이들을 극도로 경계한다. 유엔은 자살테러범으로 오인돼 사살당한 11~17살 아동이 지난해 10~12월에만 13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행색이 초라한 소녀들이 경계 대상이다. 보코 하람한테 남편을 잃은 마이두구리 주민 파티마 세이두(45)는 거리에서 소녀를 보면 무조건 피한다고 했다.

나이지리아 정부와 군은 소녀들이 극단주의에 빠져 폭탄띠를 두르지 않게 하라는 캠페인을 벌인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납치 피해자가 테러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보코 하람은 결혼이나 ‘순교’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결혼은 성관계만을 의미한다고 한다. 보코 하람은 2014년 4월 한 학교에서 납치한 여학생 200여명을 노예나 결혼 상대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2년 태동한 보코 하람은 서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배척하며 납치, 강도, 테러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이슬람국가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한 2014년에 역시 점령지에서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다. 이후 이슬람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주’라는 호칭을 받았다. 보코 하람은 나이지리아 및 주변국 군대의 협공으로 점령지의 상당 부분을 잃고 삼림지대로 숨어들었으나 테러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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