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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4 16:07 수정 : 2017.10.24 20:39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인 민중동원군. 사진 출처: 이란 <타스님> 통신

틸러슨 국무 “IS와 싸움 끝나가니 민병대는 집에 가야”
이라크 총리 “민병대는 이라크인들의 국가기구” 반박
‘포스트 IS’ 전략 구사하려는 미국 의도 안 먹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인 민중동원군. 사진 출처: 이란 <타스님> 통신
중동을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해체를 요구했으나 이라크 정부의 반발을 만났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의 패퇴 이후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 하지만 이라크가 어깃장을 놓으면서 말발이 안 먹히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프가니스탄을 들른 틸러슨 장관은 23일 이라크를 방문해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압바디 총리는 “민중동원군은 여러 국가 기구들 중 하나”라며 “여기에는 우리 나라를 방어하고 테러리즘에 맞서 싸운 이라크인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압바디 총리는 또 “우리는 이 나라와 (중동) 지역의 희망인 그들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 총리의 발언은 전날 틸러슨 장관이 “이슬람국가와의 싸움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이라크에 있는 이란 민병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2014년 이슬람국가가 이라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뒤 결성된 6만명 규모의 시아파 민병대 민중동원군은 이슬람국가에 대한 싸움의 선봉에 서왔다. 이 조직은 같은 시아파인 이란 정부의 후원을 받았고, 이란군 지휘관이 이라크에서 민중동원군과 함께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이 몰락하고 들어선 이라크 시아파 정부는 이란과 밀착해왔다.

미국은 최근 이슬람국가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를 탈환하는 등 이슬람국가와의 싸움이 마무리되는 국면에 이란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시아파 민병대는 역할을 마쳤으니 해체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최근 쿠르드족이 차지했던 유전지대 키르쿠크의 탈환에도 참여한 민병대를 해체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에 반기를 든 셈이다. 이라크 정부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라크 상황에 누구도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반박하는 성명도 냈다.

이는 이란을 억누르려는 미국의 시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 핵협정을 ‘불승인’하고 의회에 이란 제재를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뒤로도 중동 정세는 꼬여만 가고 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이 독립을 선언하고, 이라크 정부군이 이에 맞서 키르쿠크를 점령한 것도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쿠르드족 역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슬람국가에 맞서 싸운 세력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라크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도 친구들이 있고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에도 친구가 있다. 양쪽이 대화에 나서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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