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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18 16:33 수정 : 2017.10.18 21:27

2016년 11월9일 IS 점거 지역 락까에서 도망치는 난민 어린이와 어른들의 모습. 몇몇은 매트리스나 담요를 들고, 몇몇은 염소나 양 같은 가축을 들고 피난을 위해 차에 올랐다. 사진유니세프 제공

락까 함락으로 IS 준국가세력 위상 몰락
3년만에 IS와의 전쟁은 종료 단계지만
시리아내전 등 더 크고 항상화될 분쟁 대기

2016년 11월9일 IS 점거 지역 락까에서 도망치는 난민 어린이와 어른들의 모습. 몇몇은 매트리스나 담요를 들고, 몇몇은 염소나 양 같은 가축을 들고 피난을 위해 차에 올랐다. 사진유니세프 제공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가 물러가는 자리에는 분쟁 요인과 세력들이 여전하다.

이슬람국가는 18일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가 쿠르드족 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에게 함락당하면서, 국가에 준하는 세력으로서의 위상을 거의 상실하고 있다. 락까 함락으로 이슬람국가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친 영역 중 인구와 경제력이 밀집된 주요 도시 지역들을 사실상 모두 잃었다.

이슬람국가는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하고 2014년 6월29일 ‘국가’임을 선포한 뒤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과 전쟁을 치러왔다. 미국은 그해 9월 중동 국가들과 서방 동맹국들을 규합해 반이슬람국가 연합군을 결성했다. 미군은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족 민병대를 동원해 지상전을 벌이게 하면서 공습 등으로 지원했다.

시리아민주군 병사들이 17일 이슬람국가(IS)로부터 탈환한 락까 시가지를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5년에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최대 영역을 차지한 이슬람국가는 그해 12월 라마디가 함락되면서 수세로 몰리기 시작했다. 2016년 6월에는 이라크 팔루자를 상실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영역 축소가 시작됐다. 반년 이상의 공방전 끝에 지난 6월 모술을 상실한 것은 결정타였다.

이때부터 수도 락까의 함락도 시간문제였다. 이제 이슬람국가는 이라크와 접경한 시리아 동부의 유프라테스강 계곡 및 사막 지대로 영역이 축소됐다. 유프라테스강 계곡 지역에서도 이슬람국가는 협공당하고 있다. 서쪽에서는 시리아민주군 및 시리아 정부군이 진군하며 이라크 접경 지역의 주요 통로를 접수하고 있다. 동쪽에서는 이라크 정부군이 진군중이다.

미국의 대이슬람국가 전략이 주효했음도 입증됐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입안한 이 전략은 이슬람국가에 맞설 현지 세력 양성으로 요약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슬람국가의 테러가 문제가 될 때마다 커지는 미군 지상군 증파 요구를 단호히 물리치면서, 이라크 정부군이나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을 양성해 이슬람국가에 대항케 했다.

 

이슬람국가의 물리적 영역은 거의 붕괴되고 있지만, 이슬람국가가 소멸될 기미는 없다. 물리적 영역을 상실한 이슬람국가는 이슬람주의 테러 네트워크 단체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알카에다 같은 형태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국가가 군사적으로 패퇴하기 시작하던 2015년 11월 파리 도심 동시 테러를 시작으로 이라크·시리아 외의 지역에서 테러를 벌여오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리비아나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권의 다른 지역에서 현지 세력과 결합해 새로운 근거지를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이슬람국가가 물러난 자리에는 새로운 분쟁이 꿈틀대고 있다. 이슬람국가 성장의 자양분이 된 시리아 내전은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내전의 원인이 된 바샤르 아사드 정부는 러시아의 지원으로 입지가 더 굳어졌다. 친서방 반군 진영은 세력이 약화된 가운데 이슬람주의 반군이 힘이 커졌다.

특히 시리아의 쿠르드족은 이슬람국가 퇴치의 일등공신으로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장했다. 시리아의 쿠르드족도 이라크에서처럼 적어도 자치정부를 요구하고 있다. 시리아는 아사드 정부군 지역, 반군 지역, 쿠르드 지역 등으로 조각난 상태다.

이슬람국가가 점령했던 시리아와 이라크의 수니파 지역도 자신들의 이익을 대표해줄 세력이나 정부를 필요로 한다. 이라크에서는 이미 시아파 주도의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쿠르드족 독립 문제를 놓고 무력 충돌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슬람국가는 물러나고 있지만, 중동에는 더 크고 복잡한 분쟁이 몰려오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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