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7 16:21
수정 : 2017.09.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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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고속도로에서 한 여성이 여성 운전 금지에 반발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운전을 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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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야 여성 투표권 보장된 여권 불모지
32살 모하메드 빈 살람 왕세자의 ‘비전 2030’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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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고속도로에서 한 여성이 여성 운전 금지에 반발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운전을 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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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침내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26일 장관급 위원회를 설립해 30일 안에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제시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하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내용이 담긴 이 명령은 내년 6월24일 이전 시행될 예정이다. 이슬람 최고 성지 메카가 있는 사우디는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따라 통치하는 절대왕정 국가다. 2015년에야 여성의 투표권이 보장됐을 만큼 여권의 불모지다. 여전히 여성이 외부 활동을 하려면 남성 친지와 함께 다녀야만 하는 남성 후견인제가 고수되는 나라다.
사우디에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지만, 정부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외국인 여성에게도 운전이 허용되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이 운전사를 고용하려고 월급의 상당 부분을 쓰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남성 80만명 이상이 사우디에서 운전사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990년 여성 47명이 운전을 허용해달라며 항의한 이래 운전할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으나 진척이 없었다. 2014년 여성 인권운동가인 루자인 하스롤이 자동차로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 국경을 넘었다가 73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칼리드 빈 살만 주미 사우디대사는 “이번 결정은 ‘비전 2030’의 일환”이라며 “밝은 미래를 향한 거대한 발걸음”이라고 표현했다. ‘비전 2030’은 32살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사회 개혁으로 최근 여권 신장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종교적 보수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3일 수도 리야드의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제87주년 건국의 날 행사에도 이례적으로 여성의 입장을 허용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에스엔에스에 ‘#나는 나의 후견인이다’(#IamMyOwnGuardian), ‘#사우디 여성도 운전할 수 있다’(#SaudiWomenCanDrive)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조처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면서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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