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4 15:50
수정 : 2017.09.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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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한 이란의 ‘호람샤르’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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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파기 위협에 대응 조처
이란 대통령, ‘억지력’으로서 군사력 증강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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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한 이란의 ‘호람샤르’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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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고조시키는 핵·미사일 위기에 이란도 가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국제핵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자, 이란이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신형 탄도미사일인 ‘호람샤르’를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23일 보도했다. 사거리 2천㎞인 호람샤르의 시험발사가 언제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미사일은 보도 전날인 22일 테헤란에서 열린 군사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2일 이란은 ‘억지력’으로서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과 맺은 핵협정을 비난하자, 이란이 그에 대한 경고와 대응으로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20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세계 정치에 등장한 신참 불량배에 의해 핵협정이 파기된다면 매우 유감스러울 것”이라며 “어떤 당사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경고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은 다탄두 장착 능력을 가진 호람샤르 미사일에 대해 “발사 순간부터 적의 목표물을 타격할 때까지 적의 방공망을 피하도록 유도되는 능력을 가진 전술 미사일이다”라고 설명했다. 하타미 장관은 이란은 “다양한 미사일을 생산하는 데 어느 나라의 허가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3일 트위터에서 이란이 북한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란을 비난했다.
이란의 미사일 개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안보리 결의는 이란이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어떠한 행위를 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쪽은 미국 등 서방과 맺은 핵협정에 따라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자 제재를 가했고, 7월에도 새로운 제재를 더했다. 이란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트럼프의 핵협정 파기 위협에 대해서는 북한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란 강경파들의 득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비시>는 분석했다.
이란은 2017년 7월 미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P+1)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맺었다.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이 국제협정은 정기적으로 당사국들의 협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이 협정이 잘못된 협정이라며 파기할 뜻을 밝혀왔다. 특히 트럼프는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불량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핵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란이 이 협정을 위반한 증거가 없고, 협정을 파기할 경우 북한과의 핵 협상을 할 명분과 근거가 없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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