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9.19 17:53 수정 : 2017.09.22 16:04

레바논에 사는 쿠르드족들이 17일 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 독립투표 25일 예정
주변국들 반대와 군사적 위협 속 강행 태세
수천년 나라 없는 민족, 숙원 성취할까…
대IS 전쟁 선봉 시리아 쿠르드족 운명은?

레바논에 사는 쿠르드족들이 17일 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쿠르드족에게 배반의 역사는 되풀이되나.

독립을 열망하지만 나라를 갖지 못한 최대 민족인 쿠르드족이 이라크에서 독립국가 수립의 첫발인 찬반 투표를 25일 실시할 예정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에서 “이라크”를 지우고 “쿠르디스탄”이라고 스프레이로 써서 다니는 등 흥분이 넘치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핍박받아온 쿠르드족은 이번에야말로 독립을 쟁취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물론 주변국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서구도 호응해주지 않으면서 비원이 성취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라크 대법원은 18일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가 이번 투표는 위헌이라며 낸 소송을 이유로 투표 중단 결정을 내렸다. 쿠르드 자치지역 밖에 있지만 쿠르드족이 치안을 맡아온 유전 도시 키르쿠크에서는 쿠르드족 살해 사건도 발생했다. 이라크 정부는 긴장 고조를 이유로 키르쿠크에 경찰을 파견했다.

쿠르드족 문제에 가장 민감한 터키는 이라크와의 국경지대에 주로 탱크로 이뤄진 100여대의 군 장비를 투입한 훈련에 돌입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누구도 우리의 남부 국경지대에서 (새로운 국가를) 기정사실로 만들려고 획책하면 안 된다. 필요한 조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자국 내 쿠르드족이 자극받을까 우려하는 이란 정부도 투표에 반대한다. 이란이 후원하는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는 투표가 진행된다면 키르쿠크에서 쿠르드족 민병대를 몰아내겠다고 위협했다.

쿠르드족 독립이 이라크 정부를 약화시키고 이슬람국가(IS)와의 전선을 이완시킬 가능성을 우려하는 서구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독립 투표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내부 분열상도 독립 시도가 성공할지에 물음표가 붙게 만든다. 여러 나라에 산재한 쿠르드족은 다양한 정치·군사조직이 대립과 연대를 하고 있다.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정부 수반이 밀어붙이는 투표에 대해 자치지역 3개 주 가운데 하나인 술라이마니야주에서는 별로 찬동하지 않는 분위기다. 바르자니가 이끄는 쿠르드민주당 세력은 1990년대에 술라이마니야주를 장악한 쿠르드애국동맹과 내전까지 치렀다. 역시 술라이마니야주가 거점인 ‘고란 운동’의 이스마일 갈랄리는 바르자니 수반이 “구시대적 에미리트(군장 통치 국가)”를 세우려 한다고 <아에프페> 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바르자니 수반은 투표를 강행해 이라크 정부 및 서구와의 협상에서 주요 카드로 쓰겠다는 의도를 접지 않고 있다.

18일 이라크와의 국경 근처에서 훈련에 참가한 터키군 탱크가 도열해 있다. AFP 연합뉴스
3천만명이 넘는 쿠르드족은 과거에도 중동의 역학 구도가 크게 흔들릴 때 기회를 노렸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1차대전 때 오스만튀르크제국이 붕괴하면서 서구 열강한테 독립을 약속받았지만 터키의 반발에 수포로 돌아갔다. 1970년대에는 사담 후세인이 실권을 잡고 있던 이라크를 견제하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란과 합작해 쿠르드족의 봉기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라크와 이란이 화해하고 미국이 등을 돌리면서 이라크 쿠르드족 학살 사태로 귀결됐다.

이라크 쿠르드족도 이슬람국가와 싸웠지만, 대이슬람국가 전쟁의 선봉인 시리아 쿠르드족의 운명도 뜨거운 감자다. 터키 정부의 소탕 대상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이라크 쿠르드애국동맹이 지원하는 시리아 인민수호대(YPG)는 ‘피의 대가’로 시리아 북부에서 자치정부를 세우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슬람국가가 수도로 선포한 락까의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쿠르드족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미국이 쿠르드족과 터키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관건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