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1 20:58
수정 : 2017.09.0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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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나이로비의 케냐 대법원에서 대법관 6명이 현 대통령이 재선된 지난달 대선 결과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기립해 있다. 나이로비/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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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 승리한 지난달 대선결과 둘러싸고 유혈 충돌
아프리카 최초 법원의 대선 결과 무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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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나이로비의 케냐 대법원에서 대법관 6명이 현 대통령이 재선된 지난달 대선 결과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기립해 있다. 나이로비/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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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대법원이 지난달 초 대선에서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케냐 대법원은 1일 지난 대선 투표 집계 과정에서 변칙과 불법적 오류가 있었다며 케냐타 대통령의 당선을 무효로 하고 60일 이내에 선거를 다시 치르라고 판결했다고 <비비시>(BBC) 등이 보도했다. 케냐는 물론 아프리카 역사상 법원이 대선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비드 마라가 대법원장은 이날 수도 나이로비의 대법원 법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8일 대선을 헌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시행하는 데 실패하거나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케냐 대법관 6명 가운데 4명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케냐타 대통령과 맞붙었던 야권연합의 라일라 오딩가(72) 후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오딩가는 “오늘은 케냐, 나아가 아프리카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케냐인들의 번영을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 선관위를 신뢰할 수 없다며, 선관위원들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전직 총리이자 이번에 네번째로 대선에 출마한 오딩가는 지난달 대선에서 선관위 전산망이 해킹당해 케냐타 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결과가 조작됐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케냐 선관위는 지난달 11일 케냐타 대통령이 대선에서 54.27%의 득표율을 기록해 44.74%에 그친 오딩가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야권은 총투표수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5백만 표가 조작됐다고 항의했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나이로비와 키수무 등에서는 수천명의 야권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케냐타 대통령 지지자와 야권 지지세력 간 충돌이 재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대선 직후 경찰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거리 시위를 벌인 야권 지지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24명이 숨졌다. 2007년에도 오딩가 후보가 대선 이후 개표부정을 주장하고 종족 분쟁 성격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1100명 이상이 숨졌다. 2013년 대선에서도 오딩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케냐타의 당선이 확정됐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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