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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가 주조한 금화 디나르. 이슬람국가는 이 자체 화폐 사용을 주민들에게 강제하며, 달러 등으로 교환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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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판매로 하루 100만달러 수입
자체 화폐 주조해 달러로 환전
중동의 전통 송금 체계 ’하왈라’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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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가 주조한 금화 디나르. 이슬람국가는 이 자체 화폐 사용을 주민들에게 강제하며, 달러 등으로 교환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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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근거지를 상실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가 돈 빼돌리기에 나서고 있다.
여전히 장악지역에서 석유를 채굴해 얻는 수익뿐아니라, 자체 발행한 화폐를 주민들이 강제로 쓰도록 해 환전한 달러 등 외화를 역외로 반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슬람국가가 국제연합군의 공세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축출될 위기에 빠지자, 자금을 해외로 이전해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는 정황이다.
시리아와 접경한 터키의 마을인 안타캬에 있는 한 작은 환전송금소는 그동안 해외로 자금을 송금하거나 받으려는 시리아 난민 외에는 별로 찾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러나, 이 환전소를 운영하는 암마르는 최근 몇주 전부터 터키 보안 관리들의 잦은 단속을 받고 있다. 암마르는 “매주마다 회계장부를 그들에게 보여줬고, 옆 환전소 주인은 몇달이나 구금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터키 보안관리들은 터키 접경 지대 환전송금소들이 이슬람국가의 자금을 취급하는지 단속하고 있다. 이 마을은 이슬람국가 점령지와 인접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이슬람국가의 은밀한 불법자금 통로가 돼 왔다. 이슬람국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에게 패퇴하는 그들의 영역 축소에 쏠려 있는 사이에, 이슬람국가는 자금을 빼돌리는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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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가 아직도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의 한 유정. 이슬람국가는 여전히 시리아의 최대 유전 지대를 장악해, 하루에 1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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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입=이슬람국가는 전성기인 2014년 후반기에 시리아 영토의 절반, 이라크의 3분의 1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최대 도시였던 이라크의 모술을 상실하고, 수도격인 시리아의 락까도 함락 위기에 처해있다. 이슬람국가의 영역은 현재 시리아의 동부 지역과 이라크의 북서부 사막 지대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슬람국가는 시리아 동부의 유전을 여전히 장악하고는 석유 판매 수입을 올리고 있다. 220배럴의 석유를 실을 수 있는 대형 트럭들이 동시에 60대씩이나 사막을 지나서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를 오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연합군의 공습으로 이슬람국가의 석유 생산 능력은 크게 저하됐으나, 이슬람국가 영내의 석유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시리아의 데이르에즈조르에 있는 한 간이 석유정제소의 운영업자는 “석유는 결코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석유가 필요하고, 이슬람국가는 석유를 팔아야 해서, 사업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런던의 국제급진화연구센터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이슬람국가의 월간 석유 수입은 2015년 1월에 비해 약 88%나 감소했고, 유정의 90%를 상실했다. 이런 분석을 종합하면, 이슬람국가의 석유 수입은 올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는 여전히 시리아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알오마르 유전 및 알타나크 유전을 쥐고 있다. 여기에서 하루 2만5천배럴의 석유가 나온다. 이슬람국가는 하루에 100만달러의 석유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국가의 석유를 사려는 쪽이 많기 때문이며, 배럴당 20~45달러로 거래된다.
고객 중에는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도 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의 공세와 제재로 석유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 아사드 정권의 중개인들이 이슬람국가의 영역인 사바에 사무실을 차리고, 매일 대형 트럭을 보내서 석유를 구매하고 있다. 한 거래인은 “최근 몇달 동안, 아사드 정권에 대한 석유 판매는 일상화됐다”며 “금요기도회에서도 이맘들이 아사드 정권에 대한 석유판매를 정당화하는 연설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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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화폐=이슬람국가가 돈 빼돌리기를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은 자체 화폐 사용이다. 이슬람국가는 2015년에 금화인 ‘디나르’, 은화인 ‘디르함’, 동화인 ‘필’을 주조했다. 주민들은 이 화폐를 보지못하다가, 6개월 전부터 이슬람국가의 명령에 따라 화폐 사용을 강제당하고 있다.
이슬람국가는 주민들에게 수도세, 전화요금, 종교세(자카트) 등을 그 화폐들로 납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데이르에즈조르를 탈출한 한 약제상은 이슬람국가가 3개월 전부터 자신들의 화폐 사용을 의무화했다고 전했다. 환전상들은 시리아 파운드화나 미국 달러화를 이슬람국가에게 팔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이슬람국가는 자신들의 금화나 은화의 가치를 금은의 국제 시세보다도 높게 책정해, 이윤을 남기면서 달러 등 경화를 챙기고 있다. 현지 기업인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슬람국가는 금화 10만디나르 이상을 팔아서 차익으로만 수십만달러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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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 및 돈세탁=이슬람국가의 돈 빼돌리기에는 중동 지역의 전통적 환전 및 송금 시스템인 하왈라가 주로 이용된다. 중동에서부터 유럽의 무슬림 공동체까지 퍼져있는 하왈라는 친인척 관계 등에 기반한 자금거래 네트워크이다.
시리아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이 이슬람국가 출현 이후 전쟁을 겪으면서,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시리아 인구의 80%는 해외에 있는 친지의 송금에 의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하왈라를 활성화시켰고, 그 와중에 이슬람국가의 돈세탁과 송금이 벌어지고 있다. 암마르는 “시리아의 어떤 마을에 가도 적어도 하왈라 업소 한 곳이 있다”며 “자금 송금이 중단되면, 사람들은 죽는다”고 말했다. 락까와 모술이 이슬람국가 통치 하에 있을 때에는 많은 거리들이 환전소와 하왈라 업소로 채워졌다. 터키 국경 도시의 보석가게나 환전소들은 하왈라를 부업으로 운영한다.
이슬람국가는 식량이나 의약품을 운반하는 상인들을 이용해 하루에 수백만달러나 빼돌린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 6월에 이슬람국가의 자금 운용자인 사메르 이들리스가 연합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드리스는 사망하기 전에 25일 동안 시리아 북서부 도시 사르마다로 8개의 가방에 돈을 채워서 1천만달러나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하왈라 운영업자는 최근 몇달동안 사르마다로 적어도 25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추정했다.
이라크 관리들은 이슬람국가가 바그다드 등의 도시에 환전소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슬람국가는 이라크 중앙은행의 달러 입찰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슬람국가는 더 나아가 호텔, 제약회사, 병원 등의 기업체를 인수하기도 한다. 유엔 안보리의 한 보고서는 이슬람국가가 운용하는 기업체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전후 복구사업에 참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슬람국가가 빼돌리는 돈들은 궁극적으로 유럽이나 서방으로 들어가, 현지 이슬람국가 연계 조직 확대나 테러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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