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1 16:55
수정 : 2017.08.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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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지오티브이>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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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간 한센병 환자 곁에서 헌신
파키스탄 한센병 퇴치에 온 힘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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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지오티브이>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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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간 파키스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마더 테레사’로 불려온 독일인 의사 루스 파우(88)가 세상과 작별했다. <비비시>(BBC)는 그의 끝없는 헌신에 파키스탄에서 전국적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샤히드 하칸 압바시 파키스탄 총리는 “그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심장은 언제나 파키스탄에 있었다”며 “우리에게 새 희망을 줬고 나눔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냈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19일 남부 항구도시인 카라치의 기독추모공원에서 파우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파우는 1960년 카라치에 정착한 뒤 반세기가 넘게 약자를 돌봤다. 카라치에 ‘마리 애들레이드 한센병 치료소’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각 지방 정부와 함께 150개 도시에 치료소를 확대했고,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최소 수천명의 한센병 환자를 치료했다. 단순히 증상을 고치는 것을 넘어, 가난하고 소외된 자에게 다가가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다. 홍수나 기근이 발생하면 어디든 달려가 물과 빵, 담요를 나눴고,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백발이 무성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1929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파우는 2차대전 때 마을이 폭격당하면서 남동생을 잃었다. 이후 인류애를 전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의학을 전공하며 ‘마리아 성심의 딸 수녀회’에 들어갔다. 그는 “난 파키스탄과 결혼했다”며 “서로 매일 치열하게 싸우지만 둘 사이에 너무 많은 자녀가 있어, 결코 이혼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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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가 병실을 오가며 환자를 돌보는 모습. 파키스탄 <더 뉴스 인터내셔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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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는 파키스탄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인도로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비자 문제로 근처 카라치에서 머물던 중, 우연히 비슷한 또래의 한센병 환자를 만났고, 평생을 바쳐 이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생전 “마치 강아지처럼 손발에 진흙이 묻은 채 기어다녔지만 이곳에선 그 친구가 정상인 것 같았다”며 “처음 만난 날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파우의 노력 덕분에 파키스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아시아에서 한센병을 통제할 수 있는 모범 국가로 지정됐다. 1980년대 파키스탄에서 한센병 환자 수는 2만명에 가까웠지만 지난해엔 531명에 불과했다. 파우는 1979년 시민 훈장 ‘힐랄-이 임티야즈’, 89년에는 한 단계 더 높은 훈장인 ‘힐랄-이 파키스탄’을 받았다. 2015년에는 독일 슈타우퍼 훈장도 받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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