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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7 18:01 수정 : 2005.11.17 21:22

뼈 드러나도록 살태워 사실상 화학무기 “전쟁범죄” 비난속 이라크정부 현지조사

미군이 1년 전 이라크 팔루자에서 민간인에 대한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을 무기로 사용했다고 뒤늦게 시인하면서 이라크 정부가 16일 현지 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아랍권 등 전세계의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파문은 지난 주 이탈리아 언론이 불탄 주검 사진과 미군 병사들의 증언을 근거로 미군이 팔루자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부인하던 미 국방부는 15일 대변인이 나서 “민간인이 아니라 적 전투병들에게 화염무기로 백린탄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백린탄은 강력한 인화성 무기로 공기 중에서 인체에 닿으면 뼈가 드러날 때까지 살을 태운다. 그 자체로는 화학무기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민간인을 향해 사용했을 경우 화학무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미군은 이라크 중서부 도시인 팔루자가 저항세력 근거지라며 1만2천명의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공격했고, 당시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됐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미군이 저항세력에게만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강조했지만, 10만여명의 주민들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저항세력만을 골라 백린탄을 투하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의혹은 강하게 남아 있다.

존 리드 영국 국방장관도 16일 하원에서 의원들의 추궁을 받자 “영국군도 아군 보호용으로 연막을 일으키는 데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밝혀 연합군의 백린탄 사용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에서는 이번 파문을 지난해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 학대와 같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사담 후세인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며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전쟁범죄이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전범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주 들어 이라크 내무부가 운영해온 지하감옥에서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수감자들을 고문해 온 사실이 미군에 의해 폭로되고,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백린탄 사용에 대한 현지 조사에 나선 것은 현 이라크 정부와 미국의 갈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정부가 이란과 밀착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시아파 민병대들의 고문을 미국이 몰랐을 리 없으나 13일 밤 갑자기 감옥을 습격해 고문 사실을 폭로한 것은 이란과 관계가 깊은 현 정부에 타격을 주고 수니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카이로/연합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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