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18 16:51
수정 : 2017.07.18 20:54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네타냐후 정부, 잇단 유대교 정통파 강화 행보
NGO 지원 소로스에 “유대국가 헐뜯어” 비난
미국 등 보수파·개혁파 유대 공동체는 반발
“이스라엘 지원해온 미국 정책 영향 줄 수도”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민족적 일체성이라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유대인들의 종파 간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이스라엘 쪽과 미국 유대인들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스라엘의 미래나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까지 거론되고 있다.
불화의 씨앗을 뿌린 쪽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다. 강경파 연합 세력인 네타냐후 정부는 최근 유대교나 유대인의 정체성과 관련해 근본주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유대인들의 최고 성지인 예루살렘 ‘통곡의 벽’(서벽)에 유대교 보수파와 개혁파를 위한 별도의 남녀 공용 기도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취소했다. 유대교 종파는 정통파·보수파·개혁파로 나뉘는데, 미국에서 세력이 강한 보수파와 개혁파는 이 조처에 반발하고 있다. 통곡의 벽을 정통파만의 성소로 삼겠다는 의도라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 ‘초정통파’의 심사로만 유대교 개종을 인정하는 내용의 법도 만들었다. 이달 초에는 이스라엘 랍비청이 해외 24개국의 랍비(유대교 사제) 160명의 권위를 부인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와 시끄러웠다. 리스트에는 정통파를 포함한 미국 랍비 66명이 포함됐다. 해외 거주 유대인이 이스라엘에서 결혼을 인정받으려면 우선 거주 지역 랍비가 유대인이라고 인정해줘야 한다.
유대교 정통파는 경전을 교조적으로 수용하고, 종교 의식과 남녀 구분 등에서 옛 전통을 고집하며 보수 색이 가장 강하다. 검은색 옷과 모자를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초정통파는 근대성 일체를 거부하는 쪽으로, 현재 이스라엘 정부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해외 유대인 지도층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반발이 거세다. 미국에는 이스라엘만큼이나 많은 600만여명의 유대인이 산다. 미국 최대 유대인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 협의회’의 릴리언 핑커스 의장은 지난달 말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항의했다. 이스라엘 국채 100만달러어치를 산 유대인 사업가가 환매를 요구하기도 했다. 억만장자 자선사업가 찰스 브론프먼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어떤 나라도 종파를 근거로 유대인을 규정하지 않는다”고 따졌다.
|
예루살렘 ‘통곡의 벽’.
|
유대인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에 대한 태도도 근본주의적 성향의 이스라엘 정부와 자유주의적 성향의 미국 유대인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지난 10일 소로스에 대해 “유대 국가를 헐뜯고 이 국가의 자위권을 부정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소로스가 만든 ‘열린 사회 재단’은 이스라엘인들의 팔레스타인 지역 강점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갈등의 근저에는 내년에 건국 70돌을 맞는 이스라엘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근본주의가 득세한 반면, 서구 유대인 사회에서는 자유주의적이고 개방적인 지향이 강화된 분위기가 있다. 이스라엘로의 유대인 이주 물결이 거의 사라진 게 분열을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구 규모와 영향력으로 이스라엘에 전폭적인 정치·군사적 지원을 하도록 만든 미국 유대인들의 반감이 미국의 중동 정책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유대인인 <뉴욕 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미국 유대인들에게: 당신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의 유대인 공동체는 이스라엘의 안보와 외교적 입지, 놀라운 경제 성장에 아주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썼다. 그는 “유대 국가의 안보를 약화시키고 이스라엘의 미래를 타격하는 행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