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상의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나자드 지방 유적지를 활보하는 사우디 여성 영상 속 장면. 자료: 트위터 갈무리
한 여성, SNS에 짧은 치마 입고 걷는 영상 올려
사우디, 외출 때 여성들 옷차림 엄격히 규제
눈 제외하고 온몸 가리는 ‘아바야’ 등 착용해야
“처벌해야”vs“표현의 자유 존중” SNS 논쟁
“사우디 당국, 영상 조사 착수” 보도도
짧은 상의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나자드 지방 유적지를 활보하는 사우디 여성 영상 속 장면. 자료: 트위터 갈무리
한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공공장소를 활보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리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칵 뒤집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와 딸 이방카의 사우디 방문 당시 ‘논란’이 된 옷차림까지 다시 언급되고 있다.
18일 <비비시>(BBC) 등 외신을 보면, 지난 주말 ‘쿨루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사우디 여성은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에 팔뚝과 허리 일부가 드러나는 짧은 상의에 미니스커트 차림을 하고 야외를 활보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을 찍은 장소는 수도 리야드의 북쪽 사막지대 나즈드 지방 우샤이키르에 있는 유적지다. 나즈드는 사우디 안에서도 더 보수적인 지방이다.
사우디는 발끝까지 가리는 헐렁한 검정색 겉옷인 ‘아바야’, 눈만 빼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베일인 ‘니캅’ 등을 이용해 여성이 외출할 때 대부분의 신체 부위를 가리도록 하고 있다.
이 영상이 주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활발히 공유되면서 트위터 등에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복장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트위터에서 4만1000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사우디 작가 이브라힘 무나이프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혼돈을 가져온다며 설사 여행자의 경우라도 사우디의 법을 지켜야 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우리는 각 나라의 법을 존중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니캅 착용을 금지하고 착용한 여성에게 벌금을 물린다. 사우디에서는 아바야를 입는 것이 법이다”라고 적었다. 영상 일부를 갈무리해 드러난 신체 부위를 검게 칠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해 올린 경우도 있었다.
반면 “피부를 드러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도 잘못이 아니다”라며 여성의 복장을 규제하는 법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와일 카심은 “분노에 찬 트위트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가 폭탄을 터뜨리거나 누군가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 치마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일부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그의 아내 멜라니아와 딸 이방카도 사우디의 ‘드레스 코드’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며 이 여성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만일 그가 외국인이었다면 사람들은 그의 아름다움을 칭송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체포를 요구하고 있다”고 썼다. 트위터에서는 “상황은 해결됐다”며 이방카의 얼굴을 영상에 출연한 여성의 몸과 합성한 사진이 널리 공유되기도 했다.
<비비시>는 사우디 당국이 영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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