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6 18:31
수정 : 2005.11.16 18:31
시아파 출신들 “권력 잡았으니 이제 복수”
170명 피해… 미, 총선 영향 끼칠라 우려
시아파 민병대들로 구성된 이라크 보안군의 한 지하감옥에서 수니파 수감자들이 혹독한 구타와 고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으나, 수니파 지도자들은 시아파의 보복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13일 저녁 바그다드 중심부 자드리야의 이라크 내무부 건물을 급습해 170여명의 수니파 수감자들이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었으며, 일부는 구타와 고문을 당한 흔적이 뚜렷했다. 미군은 당시 이라크 보안군이 사람들을 불법 감금하고 있다는 진정에 따라 내무부 건물을 포위한 채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이었다.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총리는 15일 이 지하감옥에 173명의 이라크인들이 갇혀 있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즉각적인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수감자 가운데 일부는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6일 수감자들을 면담한 후세인 카말 내무부 차관도 “한 두 명은 불구가 됐고, 몇몇은 몸 여러 곳의 살갗이 벗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수니파 지도자들은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시아파의 종파주의적 보복을 비난했다. 보안군에 끌려갔다가 풀려난 우마르 라그히브는 “보안군들이 ‘이제 시아파가 권력을 잡았으니 복수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보안군은 정부군과는 별개의 내무부 조직으로, 전갈부대·늑대여단 등의 이름을 가진 시아파 민병대들로 구성돼 있다. 시아파 민병대들은 이라크 정부군의 저항세력 소탕작전에서도 선봉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다음달 15일 총선을 앞두고, 수니파의 반발이 총선 거부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 보안군에 장비를 지원하고, 훈련을 시켜왔다.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수감자들의 상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또 2003년 7월 테러용의자로 붙잡힌 이라크인들이 바그다드 대통령궁에서 사자 우리에 던져지는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세르자드 카말 칼리드(35)와 타헤 모하메드 사바르(37)는 15일 <에이비시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군들이 후세인의 은신처를 대라며 우리를 사자 우리 안으로 밀어넣었다가 사자가 다가오자 우리에서 빼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완전히 날조한 이야기”라며 이들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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