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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1 16:01 수정 : 2017.06.21 22:02

F-15E.

미군, 20일 이란제 무인기, 전날엔 시리아 전투기 격추
2주 새 시리아 정부군쪽 비행체 3대 격추…러시아 반발
IS 격퇴전 성과 속, 이면의 적대관계 다시 표면화 조짐
시리아 남부는 이란의 영향력 차단하려는 미군의 초점
러 “바그다디 사살한듯”…미 “IS 최고성직자 사살” 발표

F-15E.
공동의 적이 사라지면 승자들끼리 새로운 싸움을 벌일 수 있다. 소련과 미국이 베를린 점령 직후 냉전에 돌입하고, 진나라 함양을 손에 넣은 유방과 항우가 맞선 것처럼 최후의 승부가 기다리는 경우다. 6년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 이슬람국가(IS) 격멸이라는 목표에 차츰 다가가는 가운데 이번에는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미군 F-15E 전투기가 20일 시리아 남부 알타나프의 연합군 쪽 주둔지 근처에서 무장한 이란제 무인기 샤헤드-129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슬람국가의 수도 격인 락까 근처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수호이-22 전투기를 격추한 지 하루 만이다. 지난 8일에도 이번에 무인기를 격추한 곳 부근에서 다른 이란제 무인기를 격추한 것을 포함하면 2주 사이에 시리아 정부군 쪽 비행체 세 대를 떨어뜨린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무인기 운용 주체를 밝히지 않은 채 “이란제”라고만 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무인기 격추에 대해 “이런 식의 공격은 테러리즘과의 공모행위와 가깝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에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전날에는 시리아 전투기 격추에 반발해 미군과의 공중 충돌 방지를 위한 핫라인 운용을 중단하고 유프라테스강 서쪽의 모든 비행체를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그 직후 오스트레일리아군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전투기 비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잇단 충돌은 이슬람국가 격퇴전 때문에 ‘유보’된 내전 참가자들의 적대 관계가 다시 표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시리아 정부군-러시아-이란’ 대 ‘미국 주도 연합군 및 반군’의 대립 구도다. 이슬람국가의 양대 거점 도시인 시리아 락까와 이라크 모술의 함락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협공을 가하던 두 세력이 정면충돌할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이나 이란 쪽이 띄운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 두 대가 격추된 남부 지역은 이슬람국가와 직접 대치하는 곳이 아니라서 ‘제3의 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이란이 이라크~시리아~레바논의 친이란 민병대에 무기를 공급하는 통로로 지목된 지역이다. 미군은 여기에 훈련 거점을 만들고 특수부대를 배치하면서 반정부 민병대를 집결시켰다. 지난달 이곳에 접근하는 시리아 정부군 쪽에 몇차례 공습을 가했다.

시리아에 수천명의 병력을 투입한 이란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국가가 테헤란의 의회와 호메이니 영묘를 공격한 것에 보복한다며 18일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엘주르주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최근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특수부대인 쿠드스의 사령관 카셈 술레이마니가 시리아 남부에서 민병대와 함께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미군이 사살했다고 발표한 이슬람국가(IS) `최고 성직자' 투르키 비날리.
양 진영이 전공을 다투는 듯한 분위기도 있다. 러시아는 16일, 지난달 말 락까 인근에 대한 러시아군 공습으로 이슬람국가 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가 사살된 것 같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공습에서 이슬람국가의 ‘최고 성직자’ 투르키 비날리를 사살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미국은 비날리가 “외국인 전사들을 모으고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선동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군이나 친미 민병대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 쪽의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어디까지 갈지를 시험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연합군을 이끄는 미군 중장 스티븐 타운센드가 러시아군에 그들의 동맹을 자제시키라고 요구하며 일전을 불사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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