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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07 15:46 수정 : 2017.06.07 21:52

2009년 9월23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방문한 카타르의 당시 하마드 국왕 부부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 미 국무부 제공

카타르 단교사태로 이어진 사우디와 카타르의 22년 갈등
1995년 집권한 하마드 국왕, 사우디로부터 독립적 외교 노선 추구
천연가스 개발로 경제력 키우고 <알자지라>로 독자적 목소리
이슬람주의 세력 지원, 친이란 외교 등으로 사우디와 대립각

2009년 9월23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방문한 카타르의 당시 하마드 국왕 부부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 미 국무부 제공
1995년 6월27일 카타르에서는 무혈 쿠데타가 벌어졌다. 왕세자이던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가 해외에 나가 있던 부왕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웃나라 보수적 왕정국가들은 경악했다. 현재 단교 사태로 폭발한 카타르와 사우디·아랍에미리트 등과의 오랜 갈등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하마드 국왕은 중동 구질서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개혁에 착수했다. 그때까지 카타르는 이웃 강대국 사우디의 속국 취급을 받았다. 하마드 국왕의 아버지 칼리파 빈 하마드는 사우디의 종주국 행세를 인정하고, 진주잡이와 소규모 석유산업에 의존하는 소국 역할에 안주했다.

하마드는 우선 이란과의 해상 국경지대에 있는 거대한 가스전 개발에 나섰다. 카타르는 전세계 천연가스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가스 부국이 됐다. 1인당 국민소득은 거의 9만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6년엔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세웠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보도하는 방송’ <알자지라>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무슬림들이 겪는 고통, 중동 독재왕정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왕족들의 사치, 방탕한 생활을 거침 없이 보도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에는 눈엣가시가 됐다. 입헌군주제를 받아들이고 개혁적 정책을 펼치는 카타르는 주변의 억압적, 보수적 왕정들에게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국력을 키운 하마드 국왕은 사우디가 보란 듯이 전방위 외교를 펼치며 ‘독립적 카타르’ 만들기에 나섰다. 미국 중부사령부와 미군 1만명을 받아들였고, 이스라엘 대표부도 유치했다.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과도 관계를 계선했다. 그는 이슬람주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시대조류도 눈여겨봤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비롯한 이슬람주의 세력을 적극 지원했다.

타밈 빈 하마드 카타르 국왕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리야드/AFP연합뉴스
2011년 ‘아랍의 봄’은 중동 여러국가에서 반체제 세력을 지원해온 카타르에는 외교적 기회였다. 특히 이집트에서 카타르가 지원한 무슬림형제단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카타르의 위상은 높아졌다. 사우디와 아랍 왕정들은 반격에 나섰고, 이들이 지원한 이집트 군부가 2013년 쿠데타로 무슬림형제단 정권을 무너뜨리고 권력을 장악했다. 사우디와 카타르가 중동 주도권을 놓고 벌인 한판의 대리전이 카타르의 패배로 끝났 셈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하마드 국왕은 궁지에 몰렸으나 자신만의 한수로 반격했다. 2013년 6월 그는 당시 33살의 아들 타밈에게 양위했다. 80대, 90대의 국왕들이 죽을 때까지 권력을 붙잡고 있는 걸프 왕정국가들의 정치 질서에 폭탄을 던진 격이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주도한 이번 카타르 단교·고립 사태는 ‘독립적인 카타르’를 둘러싼 오랜 숙원이 폭발한 결과다. 여기에는 현재 사우디의 무하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겸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강경정책이 배경이 됐다. 또, 첫 해외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하고 1100억달러(124조원) 규모의 무기계약을 주고 받으며 사우디의 반 이란 외교정책에 힘을 실어준 트럼프의 ‘양해’도 한몫을 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카타르의 도전을 누르고 길들이기 위해 단교 조처라는 칼을 빼든 사우디의 승부수는 통할까? 생필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소국인 카타르는 일단 고개를 숙이고 쿠웨이트 등 주변국에 중재를 요청하는 등 물러서는 모양새다. 사우디 언론에서는 ‘카타르 군부 쿠데타설’이 흘러나오는 등, 사우디가 카타르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사우디의 과도한 조처가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카타르가 이란과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등의 변수도 존재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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