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07 11:54
수정 : 2017.06.07 12:05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카타르를 지목했다” “사우디 방문이 성과”
단교 지지하는 메시지 트위터 글 올려
기존 중동정책·외교안보팀과 배치
국방부 “카타르는 안보에 기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의 단교 사태를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의 중동 정책 등 중동 정세에 큰 혼란이 몰아치고 있다. 카타르는 중동 지역에서 미군이 주둔하는 최대 기지와 전진 사령부가 소재하는 등 지정학 요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위터에 카타르 단교 사태와 관련해 “나의 중동 순방 도중에 나는 극단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금 지원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언명했다. 지도자들이 카타르를 지목했다. 봐라!”라고 올렸다.
그는 또 “국왕(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50개국이 함께 한 사우디 방문이 이미 성과를 내는 것을 보니 좋다. 그들은 자금 지원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진 트위터에서 “아마 이것은 테러의 공포에 대한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언론들은 트럼프의 이같은 트위터 메시지를 놓고 일제히 카타르를 고립시키는 사우디의 조처에 자신의 기여를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중동 순방 때 극단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 차단을 주장했고, 사우디가 카타르에 대한 단교 조처로 이에 호응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중동 순방 때 권위주의적인 세습 왕정인 사우디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강경한 반이란 노선을 밝혀, 사우디의 카타르 단교 조처를 부추겼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이런 언급들은 미국의 기존 중동 정책이나 자신의 외교안보팀과는 배치된다. 사우디 등의 카타르 단교 사태 직후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중이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쪽의 이견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당사자들을 함께 앉혀놓고 차이점들을 해결하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쪽이 더 곤혹스런 입장이다.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나는 그들(카타르)이 알우데이드에 있는 우리의 아주 중요한 기지의 호스트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카타르에서뿐만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현재 작전들을 바꿀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카타르가 역내 안보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타르의 도하에는 중동과 인도양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군의 전진 사령부가 있고, 알우데이드 기지는 중동에서 미군의 최대 기지로 1만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또 미국 정보기관들의 중동 본부이며, 알우데이드 기지에서 이슬람국가(IS)를 공격하는 전투기들이 발진한다.
국방부 관리들은 알우데이드 기지가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감안한다면,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는 국방부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쪽은 이번 단교 사태와 관련해 카타르 쪽으로부터 우데이드에서 기지를 폐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재확인을 받았으나,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로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워싱턴의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중동 국장인 존 앨트먼은 “카타르가 기지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며 “대통령의 트위터는 카타르에게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할 이유를 주고, 미국에게는 지난 15년 동안 그 기지가 얼마나 편리했는지를 상기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또 미국의 중동 외교에서 중요한 공간이다. 적성 세력이기는 하나 대화가 필요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의 접촉 공간이며 카타르는 그 중개자이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다나 셸 스미스 카타르 주재 미국대사의 의견과도 배치된다. 스미스 대사는 이번주 카타르가 테러분자에 대한 자금 지원 억제에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카타르를 방문해 미국의 전략에서 카타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부는 당시 성명에서 매티스 장관이 “미국-카타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중요성을 강화했고, 이슬람국가의 패퇴를 포함한 공동의 안보 이익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지역 안정과 안보를 유지하는데 카타르의 역할과 반이슬람국가 동맹에 대한 카타르의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