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06 16:31
수정 : 2017.06.0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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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카타르 도하의 슈퍼마켓에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있다. 이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5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고 국경을 폐쇄하면서, 식품 등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카타르의 생필품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도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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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허브인 카타르 고립에 걸프 지역 정치·경제 활동 타격
카타르 가스 공급 중단 보복 조처땐 이집트 등 주변국 혼란
군사 전략지라 미국도 당황…중동 외교 공간 축소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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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카타르 도하의 슈퍼마켓에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있다. 이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5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고 국경을 폐쇄하면서, 식품 등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카타르의 생필품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도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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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과 카타르의 단교 사태 파장이 걸프 지역 불안으로 증폭되고 있다. 카타르가 외교적, 물리적으로 고립되면서, 카타르를 허브로 하는 걸프 지역의 정치, 경제, 군사적 활동들이 타격이 예상된다.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걸프 지역 3개국, 그리고 이집트는 카타르와의 단교 조처에 이어 카타르와의 모든 교류 중단 조처를 강화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는 5일 카타르에 대한 설탕 수출을 중단했다. 설탕은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기간인 요즘 가장 많이 소비된다. 카타르 식량의 80%는 사우디 등 인근 걸프 지역 국가를 거쳐 조달된다.
카타르 주민들은 슈퍼마켓에 몰려들어 음식과 생필품 등을 사재기하는 등 혼란에 빠지고 있다. 국경봉쇄와 교통편 중단이 지속되면 소비재 부족과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카타르로 수출되던 식량 등을 실은 트럭 수천대가 카타르의 유일한 육상 국경인 사우디와의 접경 지대에서 발이 묶여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사태가 악화할 경우, 카타르가 가스 공급 중단이란 보복 조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이집트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연합, 사우디도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카타르에서 생산되는 액화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더 당황하는 쪽은 미국이다. 미군 중부사령부의 전진 사령부와 최대 군사기지가 있는 카타르는 미국에게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등 중동 군사전략의 핵심이다. 이슬람국가를 공격하는 전투기들이 카타르에서 발진한다. 당장 반이슬람국가 전선의 동맹국인 사우디 등의 군 지휘관들이 카타르에서 미군 등과 접촉할 수 없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한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시드니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를 완화시키기 위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이번 단교 조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직후 결행됐다는 점에서 미국 쪽은 더 우려하고 있다. 당시 사우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반이란 정책을 선언하고, 사우디의 보수 왕정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밝혔는데, 사우디가 이에 힘입어 카타르에 대한 단교 조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이 분석했다.
미국에게 카타르는 군사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공간이었다. 사우디는 카타르가 이슬람주의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단교 이유로 내세웠지만, 미국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접촉은 카타르를 통해 이뤄졌다. 카타르는 그런 협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단교 사태가 이런 외교적 공간을 축소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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