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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05 17:39 수정 : 2017.06.05 23:19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지난해 12월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카타르, IS 등 테러단체 지원”
통행 전면 차단…거주자 추방도
카타르 “불법적·주권 침해” 반발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지난해 12월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이집트·예멘 등 아랍 7개국이 5일 카타르와 단교했다.

카타르와 국경을 접한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은 카타르와의 국경을 폐쇄하고 모든 교통편도 중단시켰다. 에미레이트항공 등을 비롯해 이들 나라의 국적항공사들은 카타르행 항공편 운항 중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5개국은 카타르로부터 외교 인력을 철수하는 카타르 외교 인력을 추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카타르 출신 방문객이나 거주자들은 2주 내로 자국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 개입 중인 수니파 국가 연합군에서 카타르를 제외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몰디브와 리비아도 단교를 선언했다.

■ 카타르 외교정책 둘러싼 해묵은 갈등 단교 선언은 갑작스럽게 나왔지만, 카타르의 이슬람주의 단체 및 이란과의 관계를 둘러싼 주변 아랍국들의 해묵은 불만이 사태의 원인이다. 사우디는 국영통신 <에스피에이>(SPA)를 통해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이 지역 안정을 해치려는 테러·종파주의 단체를 포용하고, 자신들의 언론을 통해 이 단체들의 메시지와 음모를 확산시켰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카타르가 시아파 무슬림이 다수인 사우디 동부와 바레인에서 이란이 후원하는 무장세력들을 지원했다고도 비난했다. 바레인도 카타르의 “언론 선동, 무장 테러분자 활동 지원, 이란 관련 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이 단교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타르 외무부는 단교 결정이 “불법적이고”, “주권 침해”라며, 카타르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가짜뉴스 논란 오랜 갈등이 쌓여왔지만, 단교 결정을 촉발한 도화선은 카타르 국영 통신이 보도한 카타르 국왕의 연설 내용이다. 국영 <카타르 뉴스 에이전시>(QNA)는 지난달 30일 카타르의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국왕이 군사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알사니 국왕이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정당화할 구실이 없다”며 주변 왕정 국가들과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왕정들은 이란을 최대 적국으로 설정하고 있다.

카타르는 이 기사가 해킹을 당해 만들어진 가짜뉴스라고 즉각 부인했으나, 사우디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스카이 뉴스 아라비아>와 사우디 계열의 <알아라비야> 등은 카타르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뉴스를 계속 보도했다.

■ 카타르의 개혁이 불씨 됐나 카타르는 오래전부터 주변 수니파 보수 왕국들과 대비되는 개혁을 추진해왔다. 카타르는 왕정을 유지하면서도 헌법을 채택하는 한편 사회 개방과 언론 자유 등을 허용했다. 사우디 등은 이런 개혁이 자신들의 전제적 세습 왕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 불편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카타르가 설립한 <알자지라>는 중동 전제 왕정들을 비판하는 등 보도로 사우디 등에 도전적 요소가 돼왔다.

아울러 카타르 왕족들과 이슬람 사원들은 세습 왕정과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는 무슬림형제단 등에게 주요한 자금 제공 통로였다. 특히 카타르가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에서 집권한 무슬림형제단 계열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원하자, 사우디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은 2014년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기도 했다.

카타르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원하는 주요한 자금원이기도 하다. 서방 쪽은 카타르가 시리아의 알카에다 관련 세력인 누스라전선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에서 사우디 등도 누스라전선을 비롯한 이슬람주의 세력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 미국 대중동 정책에 파장 단교 조처가 발표되자마자 이날 오전 국제 유가는 아시아 시장에서 즉각 1.24% 오른 배럴당 50.27달러에 거래됐다. 카타르는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부국인데다 중동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미군 중부군사령부의 현지 사령부가 있는 카타르에는 미군 1만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바레인에는 미 해군 5함대의 기항지가 있다. 걸프협력회의(GCC)를 구성해 중동에서 미국의 주요한 동맹으로 기능해온 이들 6개국의 갈등 사태는 미국의 중동 정책에 큰 차질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는 당사자들이 함께 앉아 차이를 해소하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말해, 단교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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