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5.18 16:54 수정 : 2017.05.18 21:29

이스라엘 방문 때 예루살렘 통곡의 벽 찾기로
민감한 지역…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
동예루살렘 강점 50돌…이스라엘땅 인정 효과?
선거운동 땐 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공약
미국 행보에 “외교적 지뢰밭 들어섰다” 평가도

이스라엘은 자국 영토 확답 못 받아 불만

첫 해외 순방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의 유대교 성지 ‘통곡의 벽’(서벽)을 방문한다. 종교적·민족적으로 민감한 이곳 방문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때마침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 및 국제사회의 기존 입장을 뒤집고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의 일부”라고 말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백악관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2일 이스라엘에 가는 트럼프가 통곡의 벽도 방문한다고 16일 밝혔다. 통곡의 벽은 솔로몬왕의 성전이 있었다는 곳이다. 현재의 벽은 기원전 1세기에 헤로데스왕이 세웠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수난과 운명을 상징한다며 최고 성소로 여긴다. 트럼프는 예수의 매장지에 세운 기독교 성지인 성묘교회도 들른다.

통곡의 벽 방문은 상대국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지만 논란의 소지가 크다. 통곡의 벽이 위치한 예루살렘의 올드시티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요르단으로부터 뺏은 동예루살렘에 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선포했지만, 1949년 유엔이 이 도시를 국제 공동관리지역으로 선포한 이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팔레스타인인들이 수도로 여기는 동예루살렘 강점이 비판을 받는다.

통곡의 벽이 있는 올드시티는 면적이 0.9㎢에 불과하지만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의 성소로 가득 찬 지역이다. 십자군전쟁 등 치열한 쟁탈전 대상이 됐고, 중세 이래 지금까지 유대교·가톨릭·이슬람·아르메니아정교가 분점하며 공존을 추구했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 편을 들기 어려운 데는 이런 ‘역사적 민감성’도 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때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조지 부시 등 전 대통령들도 이를 희망했지만 유엔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눈치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예루살렘에서 70㎞ 떨어진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에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제3차 인티파다(봉기)”를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에 방문하는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 뒤로 이슬람 성소인 황금돔 모스크가 보인다.
트럼프는 대사관 이전을 미루는 대신 통곡의 벽 방문으로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의 통곡의 벽 방문은 이스라엘의 외교적 승리로 볼 수 있다. 방문 시기는 ‘예루살렘 통일’ 50돌 기념행사 주간과도 겹친다. 앞서 유대인인 신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15일 부임 몇시간 만에 통곡의 벽을 찾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쪽은 이번 방문이 ‘개인 차원’인 게 불만이다. 백악관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서인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통곡의 벽 방문에 동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네타냐후의 동행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는 과정에서 미국 관리가 “거기는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와 이스라엘 여론이 들끓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성소들(통곡의 벽과 성묘교회)을 방문하는 것은 위대한 세 종교의 단합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뜻”이라고 했다. 미국이 통곡의 벽이 누구 땅에 있다고 보는지가 계속 논란이 되지만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예루살렘에 있는 게 확실하다”는 말로 피해갔다.

하지만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7일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의 일부”라며 다른 말을 했다. 원래 미국의 공식 입장은 ‘통곡의 벽은 예루살렘의 일부’라는 것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발언에 대해 “외교적 지뢰밭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예루살렘에 들르기 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만난다. 트럼프는 앞서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압바스 수반을 각각 만나 이-팔 평화협상에 적극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사관 이전 공약이나 통곡의 벽 방문을 볼 때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할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