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17 17:26
수정 : 2017.05.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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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유세에서 중도파 대선 후보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오른쪽)과 에스하크 자항기리 부통령(왼쪽)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자항기리 부통령은 16일 로하니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에서 사퇴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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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유력후보 테헤란시장, 라이시 지지 선언하고 사퇴
핵합의 효과 비판, 트럼프의 재협상 발언에 보수 상승세
권력 1위 최고지도자 교체 가능성도 선거전 달구는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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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유세에서 중도파 대선 후보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오른쪽)과 에스하크 자항기리 부통령(왼쪽)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자항기리 부통령은 16일 로하니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에서 사퇴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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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투표를 앞둔 이란 대선에서 보수와 중도·개혁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거듭하며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미국과의 핵문제 합의는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느냐’는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핵 합의 재검토’ 발언은 보수파의 결집을 부르고 있다.
에스하크 자항기리 부통령은 16일 4년 임기의 연임을 노리는 로하니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전날에는 보수파 후보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이 보수 유력 후보인 에브라힘 라이시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내놨다. 이로써 애초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중도·개혁 후보 3명과 라이시를 포함한 보수 후보 3명이 나섰던 후보군은 4명만 남게 됐고, 사실상 로하니와 라이시의 양강 구도가 굳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로하니의 지지율이 42%로 가장 높았지만, 라이시(27%)와 사퇴한 갈리바프(25%)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50%가 넘는다. 로하니 쪽으로 표가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 자항기리의 지지율은 3%에 불과했다. 하지만 부동층이 상당한데다 여론조사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어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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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후보 에브라힘 라이시(오른쪽)가 16일 테헤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15일 보수 후보였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은 후보직을 사퇴하고 라이시 지지를 선언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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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최대 쟁점은 경제다. 라이시는 2015년 핵 합의 뒤에도 이란 경제가 좋아지지 않았다고 로하니를 비판하고 있다. 사실 핵 합의 뒤 석유 수출 재개에 힘입어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나쁘지 않다.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3월21일~2017년 3월20일 이란 경제성장률을 6.6%로 추정했고, 중기적으로 연 4.5%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45%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6월 6.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실업률은 계속 10%를 웃돌고, 미국의 금융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은 탓에 외국 기업들이 진출을 꺼린다. 한 상인은 <알자지라>에 “국제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한 관광객이 돈을 많이 쓸 수 없고, 이것은 핵 합의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대선에선 단일화를 통한 보수의 결집이 눈에 띈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지금까지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성공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 합의 재검토 등 이란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이 보수파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더구나 입법·사법·군사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최고 결정권을 가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아, 차기 대통령 임기 안에 최고지도자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하메네이가 1989년 대통령 재임 때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망하며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전례를 볼 때, 새 대통령이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어받거나 적어도 그 선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 이란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한 적이 없는데도 보수파가 정권 교체를 위해 유독 열을 올리는 이유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으로 국가지도자운영회의에서 선출한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들은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전문가들은 보수파가 정권을 잡더라도 핵 합의 파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 교수는 “핵 합의는 다자간 협상으로 미국만의 생각으로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라이시가 당선되면 미국과의 긴장은 고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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