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04 16:30
수정 : 2017.05.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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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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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
트럼프 “이-팔 협정 위해 뭐든 하겠다”
구체안 결여…“이-팔 스스로 마련해야”
2월 이스라엘 회담 땐 2국가 해법 흔들어
외신 “트럼프 계획 전혀 모르겠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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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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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협정이 아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정일 것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만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이-팔 평화협정의 “중재자”가 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가 이 오래된 난제를 풀 수 있는 적임자라는 믿음을 국제사회에 심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월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전임 행정부의 ‘2국가 해법’을 흔들고는 이번 회담에서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아바스와 회담한 뒤 낸 공동성명에서 “나는 협정을 가능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서는 한 발 물러섰다. 트럼프는 “어떤 협정도 미국 또는 다른 나라가 만들어낼 수 없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쪽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만 했다. 아바스는 팔레스타인이 줄곧 주장하고 국제사회가 지지해온,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경계를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공존한다는 ‘2국가 해법’을 다시 역설했지만 트럼프한테 어떤 확답도 받지 못했다.
트럼프가 그동안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날 아바스와의 회담이나 성명 내용은 그의 갈지자 외교 행보를 추가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당선자 시절에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안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더 이상 만들지 말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반대한다고 했다. 2월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나는 두 당사자(이-팔)가 선호하는 해법을 좋아한다. 2국가 해법이든 1국가 해법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해 ‘2국가 해법’을 고수해 온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정책을 한순간에 뒤집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원하는 바가 확연히 다른 데다, 이미 자신이 기존 정책을 흔들어놓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선언적 발언은 실질적 도움이 못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트럼프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떤 중요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구체적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만 했을 뿐이다. 트럼프가 평화협정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은 트럼프의 거짓말 중 하나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이달에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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