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20 17:06
수정 : 2017.04.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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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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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밝혀
전날 “이란 핵 합의 준수” 국회 보고에도
“이란이 시리아·테러조직 지원” 문제 삼아
“핵 합의 파기땐 이란 강경파 자극”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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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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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 합의를 실패라고 선언하면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부 스스로 이란이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보고한 직후, 이란이 합의를 어기고 있다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돌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어서 이란의 반발과 양국간 긴장 고조가 예상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목표로 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며 “그것은 오로지 이란이 핵 보유국이 되는 시간을 지연시켰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란과의 핵 협상은 2015년 7월 이란과 6개국(미국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간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2002년 이란 반정부 단체가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해 폭로한 뒤 13년 만이었다. 이란은 핵개발 의심 시설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접근하는 데 합의했고, 사찰단이 이란의 핵 시설을 사찰한 뒤 2016년 1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됐다.
당시 미국 공화당은 합의 내용이 이란의 핵 개발을 충분히 통제하기 어렵고 핵무기 재개발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했다. 틸러슨 장관의 갑작스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에 따른 ‘후속 조처’로 보인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이란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국무부는 18일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대신 틸러슨 장관은 “우려스런 도발”을 하고 있다며 이란이 테러 국가를 지원하고 있다는 별도의 문제를 꺼내들었다. 2015년 합의 당시 핵무기 개발 억지에만 초점을 맞춰 합의안이 작성됐고 테러 지원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이란이 계속해서 미국과 세계를 위협한다면서, 시리아 정권과 예멘 반군을 지원하고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점 등을 언급했다.
<시엔엔>(CNN)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핵 합의 내용을 더 엄격하게 집행하고,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같은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란의 활동을 더 강력하게 제재하는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보도했다.
핵 합의가 파기되고 미국이 제재를 재개하려 하면 이란과의 갈등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 <시엔엔>은 “핵 합의를 지지하는 이들은 합의가 파기되면 이란 강경파들을 자극해 핵 개발을 재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중동의 다른 나라들도 핵무기 보유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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