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18 17:01
수정 : 2017.04.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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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여한 여성이 아들로 보이는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사진을 손에 들고 있다. 수감자들은 16일부터 접견권 보장,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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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입국 허가 안 내줘 면회 못해
성적학대·구타·의료과실 등 인권 문제도
이스라엘 쪽 “수감자들과 협상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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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여한 여성이 아들로 보이는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사진을 손에 들고 있다. 수감자들은 16일부터 접견권 보장,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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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행정구금돼 있는 팔레스타인 남성 아흐마드(가명·32)는 2005년부터 2017년 사이에 5년 반 동안 구금 생활을 했다. 그는 구금 기간 동안에 가족을 단 한 번 만났을 뿐이다. 이스라엘 쪽의 방문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은 2006년에 딱 한 번만 나를 면회 올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아프다는 사정 때문에 허가가 났다. 당시 75살이었던 아버지는 내가 감옥에 있을 때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70살이 된 어머니를 한 번 더 만나기 위해 감옥 내 단식투쟁에 동참했다고 <가디언>이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17일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날은 재판 없이 감옥에 가두는 행정구금 철폐 및 수감자 석방과 처우 개선을 이스라엘과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날이다. <시엔엔>(CNN)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용해, 단식투쟁에 참여한 수감자가 16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참여자 수가 2000명까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권리단체 ‘앗다미르’는 어린이 300명과 여성 53명을 포함해 이스라엘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가 6500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모든 수감자들이 2주에 한 번씩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이 규정은 그림의 떡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사는 이들에게 입국 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감자들은 인권 문제도 제기하고 나섰다. 단식투쟁을 이끄는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59)는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내가 처음으로 수감된 것은 고작 15살 때다. 18살 때는 심문실에서 벌거벗은 채로 성기를 얻어맞기도 했다. 심문관은 내게 ‘너 같은 사람은 테러리스트나 살인자만 낳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고문, 비인간적이고 굴욕적인 대우, 의료 과실로 고통받고 있다. 몇몇은 구금 중에 사망하기도 한다. 1967년부터 약 200명의 수감자들이 죽었다. 단식투쟁을 통해 이런 학대를 끝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을 이끈 바르구티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5차례나 종신형을 받고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 중이다.
이스라엘 쪽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스라엘 교정당국은 수감자들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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