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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13 17:22 수정 : 2017.04.13 21:29

2003년부터 장기 집권
개헌되면 2029년까지 집권 길 열려
개헌안 통과 여론조사 결과는 박빙
경제 안정과 이슬람화로 ‘절반에 인기’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으로 ‘절반의 부정’
사형제 부활 공언…EU 가입 무산될 수도

‘술탄의 꿈’을 이룰 것인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 대통령의 운명이 걸린 터키 헌법 개정 투표가 13일 기준으로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16일 치러지는 국민투표에서 개헌에 성공하면 2003년부터 터키를 장기 통치해온 그가 2029년까지 계속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것도 개헌으로 더 강력해진 권한을 휘두르며 말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박빙이다. 최근 터키 내 친정부 성향의 여론조사 기관 두 곳이 개헌 국민투표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이 51~52%, 반대가 48~49%로 나와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터키 국민의 ‘절반’이 15년간 집권한 이 독재자의 집권 연장을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총리가 된 에르도안은 2007·2011년 총선을 거치면서도 총리직을 유지했고, 2014년에는 첫 직선제 대통령에 올랐다. 에르도안이 터키 국민의 신뢰를 얻은 계기는 경제 안정이다. 총리 재임 초기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에 달했고, 터키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던 인플레이션도 안정됐다. 2011년 성장률은 10%를 넘겼다. 다만 지난해 성장률은 2.5%로 2015년(4%)보다 크게 하락했다.

에르도안은 터키 건국의 아버지 케말 파샤(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지켜온,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전통에서 벗어나 이슬람주의를 전면에 내걸었다. 단적으로 에르도안은 공공장소와 대학에서 히잡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 중이다. 이슬람권에서 여성은 머리를 히잡 등으로 가리고 다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세속주의를 택한 터키는 이를 금지했지만, 에르도안이 다시 뒤로 돌린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을 믿는 터키에서 이슬람화 정책은 에르도안의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자, 동시에 지나친 이슬람화에 대한 반발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전통적으로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군부가 지난해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 중 하나도 이슬람화에 대한 경계다.

터키의 ‘절반’이 에르도안을 반대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에르도안은 장기 집권을 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탄압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7월 에르도안을 몰아내려는 쿠데타가 실패한 뒤 에르도안은 대대적 숙청을 단행했다. 야당 정치인, 기자, 인권운동가 수천명이 투옥됐고, 직책을 박탈당한 공무원만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헌법 개정안도 민주주의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총리제는 폐지되고 부통령제가 신설돼 정치체제가 대통령 중심제로 확실히 바뀌게 된다. 대통령은 장관을 비롯한 공직자 임면권, 의회 해산권, 의회 동의 없는 국가비상사태 선포권을 가지는 등 권한이 크게 강화된다. 사법부를 제어할 수 있는 권한도 강화된다. 의회는 대통령 탄핵과 조사권이 제한되는 등 권한이 축소된다. 여기에 에르도안은 개헌으로 연속 집권이 가능한 기간을 2024년에서 2029년으로 5년 늘릴 심산이다. 현행 헌법 아래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1회 중임이 가능해,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된 에르도안의 임기는 연임에 성공하면 2024년까지다. 그러나 야당 등은 에르도안이 개정 헌법 발효 뒤 치를 2019년 대선에서 이전 임기를 기산하지 않는 방법으로 2029년까지 장기 집권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헌법이 개정되고 에르도안의 집권이 연장되면 터키의 민주주의가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유럽과의 관계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는 터키의 숙원은 좌절될 가능성이 커진다. 에르도안은 유럽연합에서 금지한 사형제도를 부활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에르도안이 개헌안 가결을 호소하는 유세에서 “사형제 부활 법안에 망설임 없이 서명하겠다”며, 유럽연합 가입 문제도 이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은 유세 과정에서 유럽 각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개헌안 통과를 확실히 하기 위해 독일과 네덜란드에 사는 재외국민들의 찬성 투표를 독려하려 장관을 보내려다가 각국이 불허하자 해당 국가들을 “나치”라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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