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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12 16:09 수정 : 2017.04.12 22:00

리비아 남서부 도시 사브하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이주자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 국제이주기구 누리집 갈무리

국제이주기구, 인신매매 현실 공개
유럽행 통로 리비아 등서 납치
노예시장서 거래·여성은 ‘성노예’도

리비아 남서부 도시 사브하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이주자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 국제이주기구 누리집 갈무리
혼란스럽고, 때론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탈출해 유럽으로 가는 배를 타려던 아프리카 난민들을 기다린 것은 사람을 사고파는 ‘노예시장’이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11일 북아프리카 리비아와 니제르에서 벌어지는 이주자 납치와 인신매매의 현실을 피해자 증언을 바탕으로 공개했다.

유럽으로 가는 배를 타려다 납치된 34살의 세네갈인 남성은 몇 달이나 인신매매 시장을 떠돌다 거액의 몸값을 지급하고 최근에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니제르에서 밀입국 알선업자들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리비아 남서부의 사브하에 도착한 뒤 노예시장으로 끌려갔다. 그를 팔아넘긴 것은 ‘알선업자에게 내 몫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버스 기사였다. 니제르의 국제이주기구 직원은 “사하라 이남의 이주민들이 리비아인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가나인, 니제르인들에 의해 거래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리비아는 유럽행 배를 타려는 난민들의 주요 통로다. 하지만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면서 치안이 안정되지 못해 난민들이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세네갈인 남성이 끌려간 첫번째 ‘감옥’에는 100명이 넘게 잡혀 있었다. 납치범들은 가족에게 전화하도록 해 몸값을 요구했다. 통화하는 동안 납치범들은 이들을 때리고 고문해, 전화기 저편의 가족은 비명 소리를 들어야 했다. 몸값 요구액은 30만서아프리카프랑(480달러)부터 시작해 두 배까지 뛰었다. 그가 다른 리비아인에게 팔렸기 때문이다. 그는 매질을 피하려고 납치범들을 위한 통역사로 일했다. 감옥의 위생 상태는 끔찍했고, 하루에 한 끼만 주어졌다. 몸값을 지급할 수 없는 몇몇은 살해되거나 굶어 죽었다. 인질이 죽거나 몸값을 치러 풀려나면 납치범들은 또 다른 인질을 노예시장에서 사왔다. 여성들은 ‘성노예’로 팔리기도 했다.

아담(가명)은 리비아 사브하에서 트리폴리로 가는 도중에 잠비아인 25명과 함께 납치됐다. 끌려간 곳에는 약 200명의 남성과 몇몇 여성이 있었다. 납치범들에게 매일 맞았고, 가족에게 전화해 몸값을 요청해야 했다. 아담의 가족이 몸값을 마련하는 데는 9달이나 걸렸다. 아담은 트리폴리에서 풀려났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발견 당시 체중은 35㎏에 불과했다.

국제이주기구는 아직 풀려나지 못한 젊은 여성의 사례도 소개했다. 이 여성은 석달 전에 소말리아인들에게 납치돼 리비아 미스라타 항구 근처 창고에 갇혀 있다. 납치범들은 영국에 사는 그의 남편과 어린 아들에게 돈을 요구했고, 이미 7500달러를 받고도 석방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최근 7500달러를 더 요구했다. 이 여성은 성폭행을 포함해 신체적 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레너드 도일 국제이주기구 대변인은 “유럽으로 건너가려고 리비아로 향하는 이주민들은 국경 너머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고통을 잘 모른다. 그들은 상품이 돼서 팔리며, 가치가 없으면 폐기된다. 이 위험을 아프리카 전역에 알리기 위해 피해자 증언을 소셜미디어와 라디오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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