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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30 16:08 수정 : 2016.12.30 22:17

지난 11일 시리아 정부군 병사들이 내전의 최대 격전지이자 반군의 마지막 거점이었던 북부 도시 알레포를 탈환한 뒤 진지에 모여 있다. 알레포/신화 연합뉴스

정부-반군, 휴전·감독·평화협상 개시 등에 서명
30일 0시 발효…IS 등 테러집단은 휴전 배제 불씨

5년 9개월 내전으로 40만명 사망·1150만명 난민
러시아·터키 영향력 커지고 서방 입지 좁아질 듯

지난 11일 시리아 정부군 병사들이 내전의 최대 격전지이자 반군의 마지막 거점이었던 북부 도시 알레포를 탈환한 뒤 진지에 모여 있다. 알레포/신화 연합뉴스
5년 9개월째 계속된 시리아 내전이 마침내 출구를 찾은 걸까?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시리아 전역에서 전면적 휴전에 합의하고 평화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29일 일제히 보도했다. 휴전 합의는 30일 0시(현지시각)부터 전면 발효됐다. 그러나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자바트 파테 알샴(누스라 전선이 개명한 조직) 등 테러 집단은 이번 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각) 집무실에서 시리아 정부와 반군간의 전면 휴전 합의를 발표하기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터키와 함께 시리아 휴전을 중재해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9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오랫동안 기대해온 휴전에 대한 진전된 보고서들이 이제 막 도착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3개의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푸틴은 “하나는 휴전 합의문, 다른 하나는 휴전 관리감독 방안이며, 향후 평화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있다는 선언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관영 <사나> 통신은 이날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시리아 전역에서 적대 행위의 포괄적 중단에 관한 합의가 선언됐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휴전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통신은 “두 정상은 전화 통화에서 (조만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릴 회담(시리아 평화 협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반군의 협상 대표인 오사마 아부자이드(가운데)가 29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샤르 아사드 정부군과 전면적 휴전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앞서 28일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터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과 정부군을 각각 지원해온 터키와 러시아가 휴전에 전격 합의했으며 시리아 정부와 반군 대표의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당시 터키 정부는 시리아 반군의 주요 세력 중 하나인 쿠르드군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휴전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번 휴전 합의에선 쿠르드 반군을 언급하지 않았다. 휴전의 실효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시리아 전면 휴전’ 러-터키 합의

<알자지라> 방송도 이날밤 늦게 휴전 합의의 발효 소식을 전하면서 “이전까지는 유엔의 휴전 중재 시도들이 줄곧 실패하고 격렬한 교전이 재개됐었다”며 “(이번엔) 터키와 러시아가 적대행위의 중단을 보증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휴전이 작동하리란 희망이 높다”면서도 “시리아 전역에 휴전이 선포됐지만 이슬람국가 등 휴전 대상에서 제외된 세력들의 점령지에선 교전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의 최대 격전지였던 북부 도시 알레포를 대부분 탈환한 지난 3일 저녁, 알레포 남부의 한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모여 놀이를 하고 있다. 알레포/AP 연합뉴스
이번 휴전이 성공할 경우 시리아에서 러시아·터키·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국무부의 마크 토너 대변인은 “이번 휴전 소식은 긍정적인 진전으로, 모든 당사자들이 (휴전을) 전면 이행하고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다음달 버락 오바마 정부의 임기 만료로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러시아와 터키가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선 2011년 4월 ‘아랍의 봄’ 당시 반정부 민주화시위를 아사드 정부가 유혈진압하면서 내전으로 번졌다. 지금까지 31만~43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유엔난민기구(UNHCR)의 최신 공식집계만으로도 약 490만명의 국외 난민과 660만명의 국내 이재민이 생기면서 인접국 터키와 유럽 전역을 최근 몇년새 최악의 난민위기로 몰아넣었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의 전면 휴전과 평화협상 합의 소식이 전해진 29일 낮(현지시각), 포성과 공습이 멎은 북부 도시 알레포의 도심 거리가 오랜만에 생기를 되찾았다. 알레포/EPA 연합뉴스
시리아는 인구의 다수가 이슬람 수니파이지만,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에 속하는 바샤르 아사드 일가 등 소수 집단이 정치·경제 권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수십년째 강압적 독재를 해왔다. 시리아 내전은 초기에 반정부 무장저항 성격이 짙었으나, 점차 수니파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개입으로 국제전 양상을 띠었다. 이어 서방과 터키와 러시아까지 개입한데다, 쿠르드족,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중동의 복잡한 상황이 총집결된 국제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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