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23 22:30
수정 : 2016.11.23 22:30
대통령 권력 강화 개헌안 탄력
통과땐 2029년까지 집권 가능
제1야당 “1인 독재 위험” 비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2) 터키 대통령이 2029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실현하는 데 바짝 다가섰다.
이슬람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내년 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는데, 제2 야당인 민족주의당이 개헌을 지지하겠다고 나섰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데블레트 바흐첼리 민족주의당 대표는 22일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바흐첼리 대표는 지난달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실상’ 대통령제를 운용하면서 헌법을 어기고 있다며 위헌을 피하려면 신속하게 개헌을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의회 표결에서 당론으로 개헌에 찬성할 것임을 내비쳤다.
터키는 대통령이 외교·국방을, 총리가 내정을 총괄하는 이원집정부제다. 그런데 개헌안은 총리직을 폐지하고 2명의 부통령직을 신설하며, 군과 정보당국 수장, 대학 총장과 고위 관료, 사법부 최고위직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까지만 허용한 현행 헌법을 2019년 대선 때부터 재적용하도록 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닦아놓았다.
에르도안은 2003년 총선에서 총리가 된 뒤, 2014년 터키 역사상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했다. 지난 7월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진압한 뒤 정적과 비판 세력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단행하며 권력을 강화하면서 ‘현대판 술탄’이란 별칭을 얻었다.
터키 의회의 개헌 의결 정족수는 의회 전체 550석의 3분의 2 이상인 367명이다. 현재 집권 정의개발당은 316석, 민족주의당은 41석으로 의결 정족수에는 12석이 부족하지만 국민투표 실시 의결(331석 이상)은 가능하다.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의 할루크 코츠 부대표는 지난주 “개헌의 결과는 일인 지배 정부의 출현과 압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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